tbs 즐거운 산책

들장미 (2012년 5월 13일)

divicom 2012. 5. 13. 23:41

오늘 아침 교통방송 '즐거운 산책'에서는 슈베르트의 '들장미'를 들려드렸습니다.

 

"웬 아이가 보았네

 들에 핀 장미화 갓 피어난 어여쁜

 그 향기에 탐나서 정신 없이 보네 

 장미화야 장미화 들에 핀 장미화"
 

 본래 괴테의 시에 슈베르트와 베르너가 각자 곡을 붙였다고 합니다. 장미는 세계적으로, 오래

 사랑받는 꽃, 20년 넘게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기도 합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 언제나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릅니다.

 

 고등학교 1년을 마치고 다른 고등학교로 편입하니 여간 서먹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고1때 제2외국어를 배우지 않았는데 새로 들어간 학교에서는 이미

 1년 동안 배웠다고 했습니다.

 

 봄날 학교 뒷산에서 야외수업을 할 때였습니다. 로맨틱한 독일어 선생님은 교과서에 독일어로 수록되어

 있던 이 노래를 누구에게 시키자고 했습니다. 그때까지 저와 말도 잘 섞지 않던 아이들이 동시에

 제 이름을 연호했습니다.

 

 저는 교과서를 앉았던 자리에 놓고 연단으로 쓰던 큰 바위 위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그 노래를

 제법 잘 불렀습니다.  

 

 Sah ein Knab' ein Röslein stehn,

 Röslein auf der Heiden,

 War so jung und morgenschön,

 Lief er schnell, es nah zu sehn,

 Sah's mit wielen Freuden.

 Röslein, Röslein, Röslein rot,

 Röslein auf der Heiden.

 

 

선생님은 칭찬하시고 아이들은 아연했습니다. 독일어를 배운 적은 없었지만

중학교 때 합창반에서 그 노래를 3절인가 4절까지 독일어로 외운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재미있는 추억이 되었지만 당시엔 저를 골탕먹이려는 아이들을 당혹케한 게

은근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권선징악과 사필귀정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사는 데는 그 일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노래, 꼭 한 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