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바람 탄생 (2012년 5월 19일)

divicom 2012. 5. 19. 17:39

오늘 아침 교통방송 '즐거운 산책'에서는 강병석 시인의 시 '바람 탄생'을 소개해드렸습니다.

1984년에 나온 시집 <오월에 날아온 수상한 꽃가루>에 수록된 시입니다. 이 시에 나오는 '잎새'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스스로를 바친 시민들을 뜻하겠지요. 시의 맞춤법이 요즘 맞춤법과 다르지만 원문대로 두었습니다.


어제는 5.18 민주항쟁 기념일이었지만 대통령은 또 광주에 가지 않았습니다. 취임 후 한 번도 5.18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국가 원수, 그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 그 정부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착잡합니다.



바람 탄생


숲속에

숨죽이고

경직된 나뭇가지 끝

오래 참고 서 있던 잎새가

눈 감고

뛰어내렸읍니다.


그 젊은 낙엽은

옆 가지의 잎새를

흔들고 갔읍니다.


흔들리는

우리들의 잎새가

두 개의 잎새를 흔들고

잎새 두 개가

열 개의 잎새를

깨웠읍니다.


백 개의 잎새가 흔들리고

천 개의 잎새를

흔들어 깨웁니다.


여러분

단추를 꼭 잠그셔요.

흔들리는 숲속의 잎새들이

당신의 어깨를 흔들기 위하여

달려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