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진실은 감옥에 가둘 수 없다 (2011년 12월 27일)

divicom 2011. 12. 27. 08:02

어제 아침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에 865명의 이화여대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올린 ‘진실은 감옥에 가둘 수 없다’는 제목의 광고가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2011년 겨울, 우리는 보았습니다. 무너진 삼권분립과 짓밟힌 민주주의를. 비리가 도덕을 억압하고 거짓이 진실을 구속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사람을 감옥에 가둘 수는 있어도 진실을 감옥에 가둘 수는 없습니다. 민주주의를 향한 모두의 발걸음에 우리의 한 걸음을 더합니다.”

 

직접 언급하고 있진 않지만 이 광고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유죄 판결을 비판하는 것임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정 전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인기를 누리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네 주역 중 한 사람으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BBK 의혹’을 제기해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22일 대법원에서 항소심 판결인 징역 1년형이 확정되자 어제 검찰에 출두했습니다. 그는 실형 선고로 인해 내년 총선은 물론 10년간 피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광고를 보는 순간 조영래 변호사가 생각났습니다. <전태일 평전>으로 유명한 조 변호사의 유고집 제목이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둘 수는 없습니다>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는 평생 인권변호사와 민주투사로 헌신하다 사십 대 초입에 폐암으로 타계한 조 변호사의 글들이 실려 있습니다.

 

그처럼 뛰어난 사람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21년이나 지난 지금 또다시 ‘진실은 가둘 수 없다’는 외침이 나오게 하는 이 나라,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이런 광고를 내는 젊은이들이 있는 한 진실은 가둘 수 없습니다. 이 광고를 낸 사람은 865명이지만 이 광고에 공감하는 사람의 수는 그보다 훨씬 많을 테니 이 나라엔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제가 ‘정봉주와 대법원’이라는 제목의 글에 쓴 대로 정 전 의원의 투옥은 정부와 집권당에게 반갑지 않은 부메랑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내년에 반드시 선거혁명이 이루어져 다시는 ‘진실은 가둘 수 없다’고 외칠 필요가 없게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