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와 최시중 (2012년 1월 13일)

얼핏 보면 달라 보이지만 박희태 국회의장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참 닮았습니다. 누가 봐도 물러나야할 상황인데 물러나지 않는 점이 그렇습니다.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것도 비슷합니다. 마음결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두 사람 마음결이 닮은 것을 확인할 수 있겠지요.

 

박 의장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공식 사무실 외에 ‘별도 사무실’을 운영하며 그곳에서 돈 봉투를 나눠주었다고 합니다. 별도 사무실은 서울 여의도 박 후보의 공식 선거사무실 바로 아래층에 있었다고 합니다.

 

최근 측근들의 잇단 비리 의혹으로 곤혹스러워하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어제 정연주 전 KBS 사장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아 사면초가에 빠졌습니다. 지난 2008년 3월 취임 후 정 전 사장의 해임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며 KBS 장악에 나섰던 최 위원장은 국회에서 두 차례나 ‘정 전 사장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 책임지겠다’고 증언했다고 합니다. 당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 사퇴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야당의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머리 좋은 분답게 "그때 상황을 봐서 결정하겠다"고 말끝을 흐렸다고 합니다.

 

이제 정연주 전 사장이 무죄 판결을 받았으니 보통 양심적인 사람이라면 사퇴를 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더구나 ‘양아들’로 불릴 만큼 가까운 사람이 억대 금품 수수 의혹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저로선 박희태 국회의장도 최시중 위원장도 사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두 사람을 그 자리에 두고 비리를 파헤쳐 거기에 따르는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도 그 자리만 그만두면 유야무야되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합니다. 소위 ‘사회지도층’에 있다는 사람들이 비리를 저질렀을 경우, 그들이 이 사회를 혼탁하게 한 책임을 단단히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리만 물러나면, 무대에서 사라지면 슬그머니 용서받는 풍토를 뒤집어 실형을 줄 것은 주고, 그 자리에서 취한 경제적 이득까지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최, 이 이란성 쌍둥이의 처신, 이들을 대하는 검찰의 태도를 눈 크게 뜨고 지켜보아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전국의 박희태 씨들과 최시중 씨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이름 같은 사람들이 옳지 않은 행동을 하면 단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피해보는 분들이 적지 않아서입니다. 국회의장 아닌 박희태 씨들, 방통위원장 아닌 최시중 씨들, 여러분들은 죄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