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가수 박완규 (2011년 12월 20일)

divicom 2011. 12. 20. 15:08

지난 18일 방송된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나가수)’에 첫 출연한 가수 박완규 씨의 태도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박완규 씨는 음악에 점수를 매기는 이 프로그램이 싫었으나 명곡들이 재평가 받는 것을 보며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는 노래를 부르기 전 짧은 순간은 늘 긴장되고 설레지만 평가받는 것에 대해 긴장되는 건 없다고 말하여, ‘출연하게 되어 영광이다’ ‘너무 너무 떨리다’라고 하는 가수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사회자가 첫 무대에 선 소감을 물었을 때도 박완규 씨는 “재밌었다. 설렘은 있었지만 떨리지는 않았다." 하여 사회자를 당황케했다고 합니다.

 

나가수에 새로 출연하는 가수들은 맨 마지막에 노래하는 ‘특전’을 받아왔지만 박완규 씨는 특전을 거부하고 똑같이 제비를 뽑아 첫 번째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첫 번째로 노래할 때 몹시 긴장하고 떠는 모습을 보이는 다른 가수들과 달리 그는 도전적인 태도로 故 김현식의 ‘사랑했어요’를 열창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그의 노래, 그는 참 노래를 잘했습니다.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하고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합니다. 그럴 때 가수와 배우는 예술가 대접을 받습니다. 노래를 잘못해도 대중에게 예쁘게(혹은 가엾게) 보임으로써 무대에서 밀려나지 않는 가수, 연기를 못하지만 ‘겸손’을 가장하거나 대중과 친한 척을 하여 연명하는 배우는 ‘연예인’은 될지언정 ‘예술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나긋나긋한 사람을 좋아하지만 예술가는 남들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어떤지에 크게 마음 쓰지 않습니다. 그런 것에 신경 쓸 시간에 자신의 예술적 기질과 재능을 연마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예술가들은 대중의 인정을 아예 받아보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어떤 예술가들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조국 대신 자신을 알아주는 다른 나라에 살며 능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제가 보기에 박완규 씨는 ‘사랑스런(귀여운) 연예인’보다 ‘예술가’에 가까운 가수입니다. 그는 다른 출연자들과 '달랐지만' 다르다는 것이 곧 '건방진' 것은 아닙니다. 나가수에 출연하는 다른 가수들이 박 씨를 질타하는 일부 대중의 견해에 편승하지 말고 박 씨의 당당함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박완규 씨는 오는 30, 31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임재범 단독콘서트 '거인, 세상을 깨우다'에 게스트로 참석하기 위해 4,500만원을 벌 수 있는 행사 두 건을 취소했다고 합니다. 그는 12월엔 ‘시나위’ 멤버로 살겠다고 약속한 대로 12월 16일과 31일에는 김종서 씨의 공연에 참가하고 24일에는 신대철 씨와 'K-Rock Revolution'에 참가한다고 합니다. ‘시나위’는 1980년대 초 출범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록 그룹으로 신대철 씨, 김종서 씨, 임재범 씨, 박완규 씨, 모두 그 그룹 출신이라고 합니다.

 

박완규 씨와 같은 '진짜 가수', ‘진짜 사람’을 텔레비전에서 보게 되어 참 기쁩니다. 완규 씨, 당신을 길들이려는 사람들에게 지지 마세요. 당신을 응원합니다! 잔뜩 겁먹은 채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겁먹지 않은 사람을 질투하며 비난하는 분들, 그분들이 완규 씨에게서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쫄지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