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살해한 고등학생, 같은 반 친구를 괴롭혀 자살하게 한 중학생들, 같은 학교 여학생을 수개월 동안이나 성추행한 남자 중학생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날로 포악해진다고 걱정이 많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 폭력을 추방하기 위해 내년부터 일년에 두번씩 전국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학교 폭력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고 1800명의 상담사를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교과부는 정말로 그렇게 하면 청소년 폭력이 줄어들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는 폭력의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니까요.
폭력의 원인은 보다 근본적인, 사회적인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 아이들을 '사육'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키우는 건 '양육'인데 왜 '사육'이라고 하느냐고요? 주변의 초중고교생들을 주의깊게 관찰해보십시오.
오늘날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에서 아이들은 '사육'당하고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태교'라는 미명하에 '사육'당하고, 태어나면서부터는 '사랑'이라는 허울 아래 '사육'당하고 있습니다.
자유를 주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우리나라 부모들의 사랑은 자유의 억압과 동의어가 된 지 오래입니다. 어려서부터 밖에서 아이답게 뛰어놀 자유를 빼앗기고 학원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의 마음이 왜곡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 아이들의 마음 속에 억눌린 자의 분노가 자라나 분풀이 상대를 찾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학원 경영자들과 교사들, 가능한 비싼 학원을 여러 개 보내야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은 펄쩍 뛰겠지만, 청소년 범죄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학원을 없애고 과외를 금지하는 것입니다. 공부 시간을 줄이고 아이들에게 햇살과 바람을 즐기게 하고, 나무 옆에서 광합성할 시간을 준다면 십대들의 범죄는 빠르게 줄어들 것입니다.
일년에 두 번 학교 폭력의 실태를 조사하고 폭력을 행사한 소년 소녀에게 중벌을 내리는 것만 가지고는 학교 폭력과 청소년 범죄가 줄어들지 않습니다.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 모두, 대통령부터 거리의 아저씨 아주머니들까지 모두 정신차려야 합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한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상기해야 합니다. 제 정신을 가진 어른들이 낳아 키우는 아이라야 정상적인 젊은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새해들어 처음으로 발표하는 정책이 학원과 과외 금지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느냐고요? 세상은 늘 변화하는 것이고 살아가는 것은 변화에 적응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학원들은 그동안 기형적 교육열 덕에 오랜 기간 호황을 누렸으니 교육이 정상화되어 피해를 본다 해도 불평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계속 '교육' 사업을 하겠다면 날로 늘어가는 노령인구를 위한 교육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하루빨리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아이답게 살 수 있게 하는 것, 그것만이 청소년 범죄를 줄이는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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