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별 헤는 밤 (2011년 12월 24일)

divicom 2011. 12. 24. 00:18

요즘 서울 한복판이 좀 어두워졌습니다. 건물마다 휘황하던 크리스마스 장식등도 훨씬 적어졌고 설치한 곳의 조도도 전보다 낮아졌습니다. 한강 다리를 휘황하게 비추어 강물을 보지 못하게 하던 조명도 줄었습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엊그제 저녁에 외출하며 보니 서울지방경찰청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다른 건물들과 다르게 요란했습니다.

 

경찰청만 빼면 도시 전체가 좀 어두워진 듯합니다. 기온이 내려가면서 전기 사용량이 증가하니 전기 부족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조명에 쓰는 전기를 줄였다고 합니다. 거리의 조명도 좀 줄었습니다. 골목은 밝아야 범죄를 예방할 수 있지만 오가는 차량 통행으로 어두울 새 없는 시내 한복판의 가로등이 밝을 필요는 없을 겁니다. 

 

밤이 어두워지니 꼭 필요한 일 아니면 일찍 일찍 귀가하는 게 좋습니다. 어두운 밤엔 하늘의 별이 잘 보입니다. 서울에선 별을 볼 수 없다고 불평들을 하지만 별이 보이지 않는 건 대개 너무 밝은 조명 때문입니다. 등이 켜 있지 않은 곳에서 올려다 보면 서울 하늘에도 목성을 필두로 별들이 보입니다.

 

전기 부족 걱정 덕에 서울이 어두워져 귀가가 빨라지고, 일찍 귀가한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이들의 손을 잡고 동네 길을 산책하다 밤하늘의 별을 헤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어떤 일도 나쁘기만 한 일은 없습니다. 한 가지가 부족하면 그 부족이 가져오는 풍요가 반드시 있습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조명 밝은 상가를 떠도는 시민들보다 별을 헤는 시민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성탄 이브, 자신보다 운 나쁜 사람들을 생각하는 날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