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청계천 사과나무길 (2011년 12월 13일)

divicom 2011. 12. 13. 18:58

청계천 고산자교~신답철교 제방 양쪽 400미터에 조성된 사과나무길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지난 2005년 청계천 복원을 기념하기 위해 충주시가 기증한 4~5년생 사과나무 120주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잘 자라지 않아서라고 합니다.

 

청계천의 토양이 척박한데다, 사과나무에는 유리나방, 갈반병 등 병해충이 많이 꼬이지만 청계천 생태계 보호 때문에 적극적인 방제가 곤란하고, 주변 고가도로 가로수(느티나무)에 가려 일조량도 부족했다고 합니다. 익기도 전에 사과를 채취하는 시민들로 인해 계도 안내판과 울타리를 설치하고 감시원까지 배치해야 했다고 합니다.

 

서울시와 충주시(농업기술센터)는 그동안 물 주기, 잡초 뽑기, 비료 주기, 열매 솎아주기 등 일상관리 뿐만 아니라 환경 친화적인 목초액을 이용한 방제 등 사과나무 살리기에 온갖 노력을 다했으나 더 이상 사과나무 재배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지난 금요일에 낸 보도자료에서 박승오 청계천관리처장은 “청계천의 명소 하나가 줄어 안타까우며 특히 충주의 명물 사과나무를 통해 향수를 달랜 재경 충주시민들에게 송구스럽다”고 했습니다.

 

안타까운 사과 소식을 접하니 많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무엇보다 맞지 않는 땅에서 살려고 애쓰다 죽어간 사과나무들에게 미안합니다. 충주에 머물렀으면 평화롭게 자라 향기로운 열매를 맺었을 텐데, 척박한 서울의 인공 물길 옆에서 얼마나 고향을 그리워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과에게 척박한 땅은 사람에게도 척박할 것입니다. 사람은 동물이라 맞지 않는 곳은 떠날 수 있지만 식물인 사과는 꼼짝 못하니 다만 혼자 자진하는 것이지요.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생명을 괴롭히는 일, 하기 전에 깊이 생각하고 가능하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