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성형수술 (2011년 12월 11일)

divicom 2011. 12. 11. 09:23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가 작년에 전 세계 25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형 행태 분석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성형 건수는 65만9213건으로 7위였지만 전체 인구 대비 성형률은 1.324%로 헝가리(2.326%)에 이어 2위였다고 합니다.

 

최근 서강대에서 재학생 50명을 대상으로 성형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8퍼센트인 49명이 "진지하게 고려해 본 적 있다"고 답했으며, 지난해 취업 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구직자 10명 중 3명이 구직에 앞서 성형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고 합니다. 지난달 전북의 한 대학교 총학생회장 선거에서는 성형수술비 지원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도 있었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미용성형 열풍이 일고 있는 걸까요? 중앙일보 인터넷판에 실린 기사에서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신영철 교수는 "모든 일이 빠르게 처리되는 한국 사회에서 한 인간을 두고 깊게 생각하고 판단할 여유가 없어졌다. 새로 만난 한 '인간'을 5분 내에 파악할 수 있는 가장 편한 잣대가 외모 아니겠느냐"고 합니다. 그는 또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이나 기업의 면접 때 제출하는 추천서가 온통 좋은 말투성이여서 그 말을 믿을 수가 없고 그러다보니 외모에 높은 가치를 두게 된다고 말합니다.

 

연세대 황상민 교수는 "한국 사람들은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민족이다. 남의 눈을 의식하는 민족적 기저 심리가 외모에 더욱 집착하도록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고 합니다. 거기다 연예인들의 외모를 찬양하는 매스컴의 보도 행태도 외모지상주의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합니다.

 

지난 10월에 있었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 나경원 씨를 지지한 사람들 중에는 그녀가 예뻐서 지지한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연예인은 물론 스포츠 선수, 변호사 같은 전문직에서도 미모가 기준이 되는 일이 흔합니다.

 

저는 오늘날의 성형열풍에는 매스컴과 정부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왜 정부에까지 책임을 묻느냐고요? 그건 정부가 ‘얼짱’을 외치는 언론, 그 중에서도 클로즈업을 밥 먹듯 하는 방송을 그냥두기 때문입니다. 정치사회적 이슈에 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국민의 일반적 사고와 생활방식에 영향을 주는 방송의 행태에는 무심하기 때문입니다.

 

성형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클로즈업을 금지하는 것입니다. 주름 잡힌 여배우의 얼굴을 화면 가득 클로즈업하니 여배우들이 앞 다투어 성형외과로 가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미용성형한 얼굴의 텔레비전 출연을 막는 것입니다. 성형한 얼굴 중엔 바로 보기 끔찍한 이상한 얼굴들이 적지 않습니다. 너무 큰 코, 너무 큰 눈, 너무 볼록한 뺨. 그 얼굴들을 보기 괴로워 채널을 돌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세 번째는 성형수술 광고를 규제하는 것입니다. 지하철과 거리, 잡지 등에 끝없이 나타나는 성형수술 광고는 마음 약한 사람들의 성형수술을 부추깁니다. 정부가 구체적이고 강력한 광고 기준을 만들어 시행해야 합니다. 성형수술 광고, 영화와 책 광고 등을 규제하면 국민과 사회의 수준이 천박해지는 것을 다소나마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성형수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작용입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성형외과 부작용 상담 건수는 2006년에 1901건이었지만 2010년에는 2984건으로 57퍼센트나 늘었다고 합니다. 인터넷 포털의 수백 개 성형전문 카페에서는 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글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오며, 성형 부작용이 많이 생기는 병원들에 대해 자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젊은이의 성형도 문제지만 중년 여인들의 성형은 끔찍합니다. 중년의 얼굴은 성적표입니다. 제가 <우먼에서 휴먼으로>에도 썼지만 중년 성형은 성적표 조작입니다. 나쁜 성적이 드러나는 성적표를 바꾸는 옳은 방법은 성적을 올리는 것입니다. 마음을 사랑과 평화로 채우면 얼굴이 아름다워집니다. 성형수술을 생각 중인 분들, 병원에 가기 전 석 달 동안만 매일 거울 앞에서 웃어보세요. 석 달 후에는 병원에 갈 필요가 없어질 겁니다.

 

적어도 방송에서는 성형한 얼굴을 '예뻐졌다고' 말할 수 없게 해야 합니다. 성형한 얼굴은 '달라졌거나' '변한' 얼굴이지 '예뻐진' 얼굴은 아닙니다. 앞으로 20년이면 성형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얼굴이 각광을 받게 될 겁니다. 얼굴 바꾸러 병원에 가지 마세요.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칼 대지 말고 돈 들이지 말고 스스로 고치세요. 우리를 바꾸는 힘은 '의느님(의사 하느님)' 아닌 우리에게 있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거울 앞에서 웃어보세요. 얼굴과 함께 인생이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