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소방관의 순직 (2011년 12월 16일)

divicom 2011. 12. 16. 08:08

소방관은 세상에서 제일 고귀한 직업으로 불리지만 적어도 이 나라에서 소방관은 홀대받고 있습니다. 올 들어서만 6명의 소방관이 순직했고, 2006년 이후 지금까지 순직한 사람은 39명이나 되며, 화재진압과 긴박한 인명구조 등으로 인해 다치는 소방공무원의 수는 한 해에 300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놀라운 건 소방관이 중앙 공무원이 아니라 지방직 공무원이라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소방관에게 필요한 안전장비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채 불길 잡기에 뛰어드는 일이 있다고 합니다. 오늘 동아일보 인터넷판에 실린 기사를 보니 3교대로 일하는 일부 소방서에서는 유독가스에 질식되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공기호흡기를 3명이 1개로 돌려쓴다고 합니다. 울산 경기 전북 전남 제주는 공기호흡기를 100퍼센트 확보하고 있지만 대구 (48.7%), 광주(50.3%), 대전 (79.2%) 등은 그렇지 못하다고 합니다.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서울과 경기도의 경우도, 경기는 공기호흡기와 헬멧을 100퍼센트 확보하고 방화복 94퍼센트, 안전화 90.1퍼센트의 확보율을 보이고 있지만, 서울의 확보율은 공기호흡기 90.8퍼센트, 방화복 88.5퍼센트, 안전화 73.5퍼센트에 그친다고 합니다.

 

지난 3일 발생한 평택 가구전시장 화재로 이재만 소방위와 한상윤 소방장이 순직했을 때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국가 소방행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지방 분권화를 더 해야 하고, 소방은 더 많은 부문을 중앙에서 책임져야 하는데 현 상황은 정반대로 돼 있어 수차례 정부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또 "학교 앞 등ㆍ하교길 스쿨존이나 동네의 조그마한 골목길 교통까지도 국가 경찰이 맡아서 하는데 사실 이들 사업은 지방자치단체 사업"이라며 "지자체에 넘겨야 할 사업은 국가가 담당하고, 정작 국가에서 담당해야 할 업무는 지방에 넘기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국에서 화재진압이나 구조요원으로 근무하는 소방관은 3만5643명인데 확보된 공기호흡기는 3만1809개여서 소방관 3834명은 화재현장 진압에 필수적인 공기호흡기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3교대하는 일부 소방서에서는 3명이 1개를 돌려쓰고 있어 비위생적이고 관리도 소홀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추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대형 화재가 발생해 전 소방관이 출동하게 되면 공기호흡기 없이 출동하는 소방관이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화재로 소방관 6명이 순직했을 때 개인에게 지급된 방화복이 없어 방수복을 입고 출동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화복을 지급하자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한번 출동해서 사용하면 반드시 정비해야 하기 때문에 3만5643명의 소방관에게 6만5086개의 방화복이 필요하지만 실제 확보된 방화복은 4만7888개여서 1만7198개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소방관이 순직하면 잠시 소방관의 안전이 이슈가 되지만 그때뿐입니다. 함량미달 국회의원들은 제 이익만 챙기면서도 월급 받고 평생 연금을 받는데 국민을 위해 밤낮없이 재난과 싸우는 소방관들은 언제까지 잘못된 행정의 피해자로 희생되어야 하는 건지,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