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검찰의 영웅 만들기 (2011년 12월 10일)

divicom 2011. 12. 10. 08:41

하, 하, 하! 아침부터 크게 웃어 죄송합니다만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46) 교수를 수사 중이라는 기사를 보니 웃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수사하는 이유는 강용석(42·무소속) 의원의 비서가 10·26 재보선 때 한나라당 의원을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며 조 교수를 고발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강용석 의원과 비서 김모씨. 강 씨와 함께 다니다보니 물이 든 걸까요? 아무튼 ‘환상의 짝꿍’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모씨는 "조 교수가 재보선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비판한 한나라당 의원들을 내년 총선에서 심판해야 한다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며 "이는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조 교수는 지난 10월27일 트위터에 "내년 4월 잊지 말아야 할 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박원순을 학력위조범, 병역비리범, 기업협박범, 평양시장후보로 몰고 간 신지호, 진성호, 안형환, 이종구, 강용석, 그리고 홍준표 의원님은 잘 기억합시다"라는 글을 남겼다고 합니다. 조 교수는 고발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처분 결과는 뻔하게 보이지만, 노는 꼴이 가관입니다, 가관! 겁 좀 먹으라는 메시지일 것"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검찰은 서울시장 선거 즈음 투표를 독려했던 김제동 씨에 대한 수사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열심히 일하는 검찰이 왜 이렇게 한심해보일까요? 다시 한 번 ‘검사스럽다’는 말이 유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난 달 검찰 내부 통신망에 검사임이 부끄럽다는 글을 올리고 사직한 대구지검 형사3부 백혜련 수석검사(44·사법연수원 29기)가 떠오릅니다. 백 검사의 글은 11월 28일자 ‘동행’에 올린 ‘여 검사와 여 검사’에 올려두었습니다.

 

그 글에서 백 검사는 검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으나 최근에는 긍지와 자부심을 갖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검사라는 사실이 부끄러운 적도 많았다고 토로했습니다. “저희 검찰이 이렇게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항상 언론의 비판 대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원인은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되는 큰 사건,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이 고도로 요구되는 사건들의 처리에 있어 저희 검찰이 엄정하게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며 제대로 된 사건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의란 정의로울 뿐만 아니라 정의롭게 보여져야 한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검찰의 모습은 국민들이 볼 때 결코 정의롭게 보여지지도,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키고 있다고 보여지지도 않았습니다. 이것이 저희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신망을 받지 못하고 질타를 받는 가장 큰 요인인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검찰의 ‘영웅 만들기’가 개그의 소재가 될 것입니다. 살기 힘든 국민의 삶을 정책으로 개선하지 못하니 웃음이라도 주겠다는 걸까요? 개그맨들이 주는 웃음은 기분 좋은 웃음이지만 검찰과 국회의원, 정치인의 비서들이 주는 웃음은 씁쓸합니다.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개그맨의 일은 웃기는 것이지만 검찰의 일은 정의를 지키는 것입니다. 개그를 하고 싶으면 개그맨이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