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방영된 MBC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나가수)'에서 인순이 씨가 탈락했습니다. 하필 딸 같은 가수 거미가 1등하는 자리에서 탈락해 세대를 초월하는 경연의 ‘공평함 혹은 잔인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두 번의 경합을 합산해 최하위를 기록한 가수를 탈락시킵니다. 탈락 직후 인순이 씨는 이 프로그램 덕에 자신의 게으름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인순이 씨의 탈락은 여러 가지를 일깨웁니다. 무엇보다 권위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이나 존경 없는 시대정신입니다. 인순이 씨가 다른 여섯 명의 가수들보다 훨씬 선배라는 사실은 청중평가단의 평가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이 사실이 바람직한 것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건 이차적입니다.
우선은 이 사실이 보여주는 세상의 변화를 읽어야 합니다. 중년과 노년층이 이 변화를 읽지 못하고 나이와 권위를 앞세워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려 하거나 젊은 세대 위에 군림하려 하면 기피인물이 되거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변화를 읽고 자신을 돌아보며 끝없이 진보하는 사람과 조직만이 존경받을 수 있습니다.
이 ‘공평하고도 잔인한’ 대중이 가수들의 노래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만 시대정신을 발휘하지 말고 정치사회적 이슈에 있어서도 이렇게 냉철하고 무섭게 판단해주길 바랍니다. 오늘은 마침 12월 12일. 1979년 당시 전두환 합동수사본부장 등 하나회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가 하극상과 불법으로 군권을 장악한 날입니다. 소위 12.12사태로 일컬어지는, 한국정치사의 두 번째 군사쿠데타가 시작된 날이며,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뒷걸음질치게 한 날입니다.
내년에 실시되는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 이 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우리 국민 평가단이 지금부터 눈 크게 뜨고 귀 활짝 열어 잘 보고 잘 들어서 자격 없는 유력 후보들을 ‘탈락’시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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