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저녁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장한나 씨의 첼로 연주회에서 난생 처음으로 연주 중에 첼로 줄이 끊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본 연주가 끝난 후 앙코르 곡으로 스페인 작곡가 파야(Manuel de Falla)의 '불의 춤(Ritual Fire Dance)을 연주하던 중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이 곡의 제목을 몰랐고 나중에 헤럴드 경제에 실린 황유진 기자의 글을 보고 알았습니다.
장한나 씨는 조금도 당황한 기색없이 "연주하다가 첼로 줄이 끊어진 경우는 처음이네요. 그런데 이 줄 이름이 뭔지 아세요? 퍼머넌트에요. 그런데 이름처럼 오래가지가 않네요.'하며 하 하 웃어 모든 관객을 웃게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퍼머넌트(permanent)'는 '오래가는, 영구적인'을 뜻합니다. 서른도 되기 전에 세계적인 첼리스트이며 지휘자가 되었으니 남다른 게 당연하지만 참으로 멋졌습니다.
한나 씨에게 감동한 건 첼로 줄이 끊기기 한참 전이었습니다. 그의 진지한 태도와 완벽한 연주, 어디에도 그의 나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라흐마니노프로부터 파야, 피아졸라(Ástor Pantaleón Piazzolla)의 탱고에 이르기까지, 그는 시종일관 성실하게 완벽한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정열도 놀라웠지만 절제는 더욱 놀라웠습니다.
첼로를 켜느라 땀 흘리고 연주 사이사이 자신의 땀과 첼로의 땀을 닦던 모습도 참 아름다웠습니다. 그가 저와 같은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웠습니다. ‘악기를 배우지 않은 관객들과도 충분히 소통하고 싶다’고 했다는 장한나, 그날 그는 '악기를 배우지 않은' 저와 '충분히 소통'했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장한나 씨처럼 뛰어난 사람을 격려하는 건 뛰어날 것 없는 보통 사람들의 박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뛰어난 사람 중에 그 사실을 알고 인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장한나 씨가 진정으로 뛰어난 것은 젊은 나이에 벌써 그 사실을 알고 '악기를 배우지 않은' 혹은 '악기를 배우지 못한' 사람들과의 소통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장한나, 이 깊은 통찰력의 천재가 어떤 경지에까지 이르는지 기쁘게 지켜보겠습니다. 축원, 장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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