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알리의 '나영이'

divicom 2011. 12. 17. 08:51

가수 알리 씨가 처음으로 발표한 정규앨범 'SOUL-RI:영혼이 있는 마을'에 담긴 '나영이'라는 곡 때문에 극심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알리 씨의 소속사인 트로피엔터테인먼트측은 14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어 나영이와 나영이 부모님에게 사죄했으며 음원 사이트에서 서비스를 중단하고 앨범도 전량 폐기하기로 했습니다.

 

알리(27ㆍ본명 조용진)씨 본인도 "나영이와 나영이 부모님, 그리고 저와 제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젊은 가수의 치기 어린 행동으로 혼란을 야기시킨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관심 어린 많은 질책과 가르침을 벗 삼아 앞으로 더욱 성숙하고 발전된 모습,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기 위해서만 노력하겠습니다."라고도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나영이’는 지난 2008년 12월 경기도 안산에서 조두순에게 강간상해 피해를 입은 어린이입니다. 알리 씨는 그 아이를 위로하겠다는 마음으로 이 노래를 작사, 작곡했다고 하는데, 이 곡이 문제가 된 것은 가사 때문입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빛과 바람 소리

낙엽을 태우네 눈보라를 태우네

땅끝에서 퍼지는 깊은 바다 소리

태양을 비추네 하늘을 비추네

살아 숨쉬는 것조차 힘에 겨워 이렇게 해가 저물길 기다리네

이제 도망가지 않아 마주 서서 이렇게 달이 떠오르길 기다리네

어린 여자 아이의 젖은 눈 사이로 흘러나오는 회색빛깔

청춘을 버린 채 몸 팔아 영 팔아 빼앗겨버린 불쌍한 너의 인생아

어지러운 세상 그 속에서 따뜻한 찬란한 그 사랑을 바랄 때

Can you feel 느낄 수 있을까

더럽혀진 마음 그 안에서 진실한 순결한 그 사랑을 원할 때

Can you do that 지킬 수 있을까

이리저리 둘러봐도 믿을 수가 없는 세상 이리저리 둘러봐도

세상이 빠르게 흘러간대도 시간이 우릴 버리고 간대도

Trust your mind. Trust your mind.

 

위의 가사에서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청춘을 버린 채 몸 팔아 영 팔아 빼앗겨버린 불쌍한 너의 인생아’입니다. 알리 씨는 범인 조두순을 비난하기 위해 이 문장을 썼다지만 노래를 접한 사람들은 이 문장이 나영이를 묘사하는 것으로 오해하여 비난하는 겁니다. 알리 씨로서는 억울하겠지만 이 가사는 충분히 오해를 초래하게 되어 있습니다. 가사 전체도 모호하려니와 나영이에게 하는 말과 조두순에게 하는 말이 불분명하게 섞여 있으니까요.

 

이번 사건은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중가요가 안고 있는 문제를 보여줍니다. 아예 아무런 의미가 없거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가사가 우리 가요의 태반을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비록 실수하긴 했지만 알리라는 가수는 그래도 사회문제를 가요로 만들려는 문제의식은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은 실수도 하지 않습니다. 알리 씨는 뭔가를 해보려고 했기 때문에 실수도 하고 비난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알리 씨를 비난하는 분들이 이제 그만 비난을 멈추고 처음으로 낸 자신의 음반을 전량 폐기하는 젊은 가수의 괴로움을 동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알리 씨도 자신이 얘기한 것처럼 이번 일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더 좋은 노래로 세상의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바랍니다. 알리 씨, 힘내세요, 세상 일, 다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