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니 곧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유행하겠지요. 10월 1일부터 파주출판도시에서 '북소리 축제'가 열리는 것도 책 읽기 좋은 계절에 책을 많이 읽게 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물이나 불을 만나면 한갖 휴지나 재가 되는 책, 그러나 그 책의 힘은 놀랍습니다.
독재자들이 책을 출판 금지시키거나 불 태워버리는 것이야말로 책의 힘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어머니들과 선생님들까지 독재자가 되어 '이 책을 읽어라, 저 책은 읽지 마라'합니다. 올 가을엔 제발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책을 구해 두고 언젠가 밝은 눈으로 찾아 읽어주기를 기다리는, 그런 기도의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래 글은 김이경의 <순례자의 책>에서 인용합니다.
"물론 진시황보다 더 많은 책을 불사르고 더 많은 사람을 죽인 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죄의 크기는 양이 아닙니다. 진시황은 권력으로 사람의 생각을 통제하려 한 자입니다. 그가 없었다면, 후대의 독재자들이 감히 '이 책을 읽어라, 저 책은 읽지 마라' 하고 간섭할 엄두는 내지 못했을 겁니다. 더구나 진시황은 460명이 넘는 학자들을 생매장해 죽였습니다. 책을 읽고 쓸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인 것은 그가 처음입니다. 많은 독재자들이 진시황으로부터 사상을 검열하고 지식인을 탄압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러므로 진시황을 단죄하는 것은 그와 똑같은 짓을 저지른 독재자들을 단죄하는 것입니다. 진시황은 책의 역사를 더럽힌 근원입니다. 부디 배심원 여러분께서 그 더러운 뿌리를 뽑아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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