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영어 잘 하는 법 (2011년 9월 2일)

divicom 2011. 9. 2. 08:05

어제 저녁 제주도 출신으로 서울의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특강을 했습니다. 가르치는 것을 싫어해 교사 자격증을 묵힌 저이지만 이왕 학생들과 만나는 자리이니 꼭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제 또래 중년(혹은 노년)들은 '요즘 젊은이들'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하지만, 제가 만나 본 '요즘 젊은이들'은 하나 같이 귀엽습니다. 잘 웃는 사람이나 굳어 있는 사람이나 표정 뒤에 숨은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현재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은 20대를 버티는 기둥과 같으니까요.

 

어제 특강의 주제를 한마디로 하면 '책을 읽자'입니다. 눈으로 읽지 말고 '가능하면 소리내서 읽자'입니다. 우리말이든 영어든, 모든 언어의 습득 과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것이지요. 오늘날은 영어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외국 영화를 보거나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 것은 귀를 트이게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책을 소리내어(자신의 목소리가 자신의 귀에 들리게) 읽다 보면 혀에 '영어용 관성'이 생겨 필요할 때 영어가 나옵니다. 영어 점수가 높아도 눈으로만 공부하는 사람은 입이 열리지 않습니다.

 

책은 쉬운 책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The Little Prince> <Jonathan Livingston Seagull> <Tuesdays with Mori> 같은 책을 읽어도 좋고, 이 책들이 조금 부담이 된다면 더 쉬운 책부터 읽어도 됩니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등의 외서코너에 가 보면 동화, 만화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 것부터 읽어도 좋습니다. 존경할 만한 사람들의 자서전이나 연설문을 읽는 것도 유익합니다. 저는 Apple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한 연설,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 Stephen King이 National Book Award를 받은 후에 한 연설을 매우 좋아합니다. 자서전 중에선 세계 최초로 샴 쌍둥이 분리 수술을 한 Ben Carson의 <Gifted Hands>를 권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웹사이트를 들락거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우주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NASA의 홈페이지에 가 보고, 건강과 질병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World Health Organization이나 미국의National Institute of Health에 가 보는 것이지요. 틈 날 때마다 Wikipedia(영어 판)를 클릭하는 것도 좋고 국내에서 발행되는 영자신문 The Korea Times나  The New York Times, The Japan Times처럼 해외에서 발행되는 신문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재미 있는 기사나 칼럼을 찾아 읽는 것도 좋습니다. 

 

어제 깜빡 잊고 빠뜨린 것이 있습니다. 영어를 잘 하려면 국어를 잘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국어를 잘 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우리말로 쓰인 책이든 영어로 쓰인 책이든 책은 재미로 읽는 게 좋습니다. 공부로 읽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공부를 위해서 억지로 읽는 사람과 책이 재미 있어 시시때때로 읽는 사람은 똑같이 책을 읽어도 수확하는 게 다릅니다.

 

늘 가방 속에 작은 영어 소설(동화) 한 권을 가지고 다니며 틈이 날 때마다 읽다 보면 어느새 부쩍 늘어난 자신의 실력에 놀랄 때가 있을 겁니다. 하나의 외국어를 안다는 건 하나의 문화를 아는 것이라고 합니다. 영어를 익히면 밥 먹고 사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세상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들이 오랫동안 세계를 움직여 온 탓에 중요한 정보와 지식은 대개 영어로 쓰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어를 잘 하면 그 정보와 지식을 쉽게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어제 저와 만났던 학생 중에 단 몇 사람이라도 제가 추천한 방법을 써 보았으면, 그래서 일년 후 혹은 이년 후에 '2011년 9월 1일 저녁 그 특강에 가길 잘 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꼭 나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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