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 (2011년 9월 3일)

divicom 2011. 9. 3. 06:50

새벽 6시 핸드폰에 문자 오는 소리를 듣고 일어납니다. 어젯밤 늦게 자면서 내일 아침엔 7시쯤까지 자야지 했지만 할 수 없습니다. 문자를 확인하니 스팸입니다. 에이... 이왕 일어났으니 그냥 하루를 시작해야겠습니다. 창가로 갑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 어제와 아주 다르게 차갑습니다. 처서, 말복 다 지나고도 왜 이리 덥냐고 불평하던 입을 닫게 하는 찬 공기입니다. 마침내 가을입니다.

 

천지엔 가을 벌레 소리가 가득합니다. 문득 가슴이 철렁합니다. 욕심도 없는 사람이지만 가을이 오면 늘 이렇습니다. 몸은 서늘한 바람을 반기지만 마음은 수확을 걱정합니다. 나무엔 열매가 열리고 농부들은 추수로 바쁜데 나는 무엇을 수확하는가 하는 것이지요. 한데밤을 잘 사람들도 걱정됩니다. 더울 때야 일부러 밖에서 자는 사람들도 있지만 추울 때 밖에서 자는 일은 고통입니다.

 

다시 해가 익어 중천에 떠오르면 지금의 서늘한 공기가 사라지고 다시 어제처럼 땀을 흘리게 될지도 모르는데 마음은 벌써 겨울을 걱정하니...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기껍게 살지 못하는 마음이란 놈이 문제입니다. 대개는 마음이 몸을 채찍질하지만 때로는 마음이 몸만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가지 말고 걱정하지 말고 오늘, 지금을 살자는 것이지요. 제가 <우먼에서 휴먼으로>에 인용했던 영국 속담이 생각납니다. "걱정이란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것과 같다. 흔들의자는 당신을 움직이게 하지만 그 움직임으로는 아무 곳에도 갈 수 없다."

 

가을이 왔다고 철렁하는 마음아, 걱정 말아라. 비록 지난 여덟 달 동안 해놓은 것은 없으나 시간을 낭비하진 않았으니...

 

역시 나쁘기만 한 것은 없나 봅니다. 스팸문자 덕에 일찍 일어나 잠시 저를 들여다 보았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