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안철수 서울시장? (2011년 9월 5일)

divicom 2011. 9. 5. 08:08

지난 토요일 고(故)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선생님이 향년 82세로 별세했습니다. 1970년 11월 당시 22세였던 아들이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며 분신한 후 아들의 뒤를 이어 민주화와 노동운동에 앞장서 온 ‘노동운동의 대모’가 돌아가신 겁니다. 부디 저 세상이 있어 아들과 반가운 해후를 누리시고, 마침내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이 선생님의 빈소에 놓인 화환들 중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보낸 것들도 있다고 하니, 선생님이 말씀하실 수 있다면 뭐라고 하실지 슬픔 속에서도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이 선생님의 소천과 함께 무도한 20세기도 종말을 고했으면 좋으련만 21세기에 들어선 지 11년이 된 지금도 이 나라에선 20세기가 진행 중입니다.

 

10월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예비후보들 가운데 1위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여야 정치인들은 안 원장의 인기에 놀라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입니다. 21세기에 20세기적 삶을 살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국민 혹은 시민들이 자신들이 21세기적 삶을 사는데 가장 도움이 될 인물을 지지하는 것이니까요.

 

오늘 중앙일보에 따르면 안 원장은 10명의 예비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지지율 조사에서 39.5퍼센트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이는 2위인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의 지지율보다 세 배 이상 높다고 합니다. 이 조사는 한국갤럽이 중앙일보의 의뢰를 받아 서울시민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고 합니다.

 

안 원장은 나 최고위원 및 야권 단일 후보(한명숙 전 국무총리 또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의 3자 간 가상 대결에서도 과반에 가까운 지지율로 다른 후보들을 앞섰다고 합니다. 여야 후보 가운데 가장 지지율이 높은 후보인 나 최고위원과 한명숙 전 총리, 안 원장의 가상 대결에서 안 원장은 49.5퍼센트의 지지율을 확보, 나 최고위원(22.0%)과 한 전 총리(14.9%)를 제압했다고 합니다.

 

어떤 경우를 가정해도, 2위인 나 최고위원보다 두 배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안 원장에 대해 중앙일보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업고 확산되고 있는 ‘안철수 바이러스’에 지금으로선 어떤 ‘백신’도 소용이 없는 상황”이라고 얘기합니다. 만약 안 원장이 출마하지 않고 나경원 최고위원과 한명숙 전 총리 간의 양자(兩者) 대결이 되면 박빙의 승부를 벌일 것으로 조사됐다고 하니 여야 모두 안 원장이 출마하지 않기만 바랄 것 같습니다.

 

저는 안 원장과 꼭 한 번 대화해본 적이 있습니다. 특강을 하러 온 안 원장에게 사인을 부탁했었습니다. 곧 연단에 나가야 할 연사에게 결례를 저지른 것이지만 안 원장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사인을 해주었습니다. 아무 것도 아닌 일을 침소봉대하며 드라마를 써대는 사람들이 태반인 서울에 살기 때문일까요? 그의 '담담한 친절'이 참 존경스러웠습니다.

 

안 원장 같은 이가 시장 선거에 나선다면 일부 정치인들을 뺀 우리 모두에게 축복입니다. 그러나 그 자신에게도 축복일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이 나라 대중은 여러 차례 자신들을 도우려는 이들을 배반한 이력이 있으니까요. 혹시라도 안 원장이 선거에 나선다면, 혹시라도 그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제발 이번에는 그런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하지 않기 바랍니다. 그를 따라 마침내 21세기에 맞는 삶을 살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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