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현재 대학졸업 이상 학력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181만 8천명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8월(109만8000명), 그때보다 72만명(65.6%) 증가한 수치입니다. 대졸 이상 비정규직은 2007년 3월 177만4천명까지 증가한 뒤 2008년 8월 160만2천명까지 내려갔었다고 합니다. 지난 3월 말 현재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 중 대졸 이상 학력자의 비중도 31.5퍼센트로 역대 최고라고 합니다.
통계청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고학력화 현상은 "인구구조상 대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현상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청년층의 80퍼센트 가량이 대졸 학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해 비정규직으로 편입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 비정규직의 고학력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경향신문 기사에는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은 개선되지 않고 대기업 일자리는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어서 고학력자의 비정규직화는 앞으로도 가속화할 전망이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가끔 젊은이들이 대기업만 가려 하고 중소기업은 외면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근로조건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왜 그런 현상이 빚어지겠습니까?
지난 24일 현대.기아차의 하청회사인 유성기업 아산공장에서 일어난 노동쟁의와 공권력 투입 사태만 보아도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회의 권영국 변호사에 따르면, 유성기업 노사는 2009년 임단협에서 ‘2011년 1월1일 주간연속 2교대제 및 월급제 실행을 목표로 하여 추진하되, 주간 2교대제 도입 관련 중요사항을 2010년 특별교섭으로 진행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했습니다.
‘낮에 일하고 밤에는 잠 좀 자게 해 달라’는 근로자들의 절실한 요구를 받아들여 노사가 합의한 것입니다. 그러나 유성기업은 2011년 5월13일 노동위원회 조정절차에 이를 때까지 총 11차례 열린 노사교섭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을 위한 어떠한 시행안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노동위원회 조정절차에서 합의사항에 배치되는 4조 3교대안을 제시함으로써 합의사항을 무산시키고자 하는 내심을 비쳤고, 그 배경은 원청회사인 현대·기아차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유성기업의 직장폐쇄는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대한 대항·방위수단으로서 행해진 것이 아니며, 현대·기아차그룹의 이해가 걸린 주간연속 2교대제의 선시행 합의를 무산시킬 목적으로 실질적 지배자인 현대차의 개입하에 단행된 공격적 직장폐쇄로서 노동법상 허용되지 않는 불법쟁의행위라는 겁니다. 결국 24일 오후 4시께 유성기업 아산공장에 경찰병력 30개 중대가 투입되어 농성 조합원 전원이 연행되었고,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과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부지회장이 구속되었습니다.
기가 막히면서도 재미있는 건 유성기업 사태이후 유성기업은 물론 유사한 부품업체의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벌인다는 겁니다. 유성기업 파업으로 덩치가 작더라도 해당 산업에서 필수적인 제품을 만들고 안정적인 실적을 올리는 기업의 가치가 부각되어서라고 합니다.
현대.기아차는 물론 대부분의 대기업과 하청업체의 임금 수준을 비롯한 근로조건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만 가려 하고 중소기업을 외면하다 비정규직이 된다고 젊은이들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더 한심한 것은 이런 상황이 고착화되어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라는 말을 하고 있지만 그 말이 실제 현장에서 변화를 가져온 경우는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러면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당연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학자금 융자까지 받아가며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은 힘들고 졸업과 동시에 신용불량자가 되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중소기업에 취업했다가 필요할 경우 대학에 입학하는 방법을 생각하면 어떨까요?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이미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학 교육이 진실로 유용한지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유용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면 대학을 그만두거나 대학 전공과 관계 없는 자신의 관심 분야 중소기업에 취업하여, 그곳의 상황을 바꿔나가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젊은이들이 패배주의에 젖지 않고 기업 풍토와 대기업과의 관계를 바꾸기 위해 진력할 때에만 지금과 같이 부당한 풍토가 바뀔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대학 졸업자가 소수이고 나라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던 1970년대가 아닙니다. 대학 졸업자는 많고 직업의 종류가 셀 수 없이 많은 21세기입니다. 생각을 바꾸는 사람이 이 세기의 주인 노릇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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