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여인들과 모이면 으레 80대와 90대의 부모님 얘기가 나옵니다. 시부모나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건 주로 그 분들의 이기심인 듯합니다. 주변이야 어떻든 당신이 편한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지요. 여든이 넘으면 누구나 이기적이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이 든다고 누구나 이기적이 되는 것은 아니며, 본래 이기적인 경향이 있던 분이 쇠잔해지는 육체를 핑계로 더욱 쉽게 또 심하게 그 경향을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친정 부모나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딸이 겪는 괴로움은 시부모와 함께 사는 사람의 괴로움과 다릅니다. 시부모와의 관계가 화병을 일으킨다면 친정부모와의 관계는 슬픔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어려서 겪은 아들 딸 차별이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것을 확인하며 느끼는 슬픔입니다. 딸과 함께 살며 온갖 귀찮은 일을 딸에게 맡기면서도 별로 고마워하지 않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어쩌다 찾아오는 아들에겐 모든 것을 다 내주며 딸을 백안시할 때, 딸은 슬픔을 느낍니다.
최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박명호 교수가 전국 성인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1퍼센트가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닌 재앙'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축복이라고 답한 사람은 32.9퍼센트였으며, 응답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재앙이라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은 연세 많은 어르신들에게 '오래 사세요'라고 말하지만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인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어떤 어르신은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내가 하루하루 사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안다면 젊은 사람들이 내게 오래 살라고 말하지 않을 거예요." 정신은 젊은 날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정신을 담고 있는 육체가 낡고 병들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고통을 토로하신 겁니다.
아닌 게 아니라 위의 설문조사에서 '100세 시대의 걱정거리'를 물으니 89.2퍼센트가 건강이라고 했고 생활비 걱정이 그 뒤를 이었다고 합니다.
모든 다른 일들과 마찬가지로 노화도 준비를 요구합니다. 높은 나이가 높은 인격과 동의어가 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그리하여 함께 살지 않는 자녀는 물론 함께 사는 며느리와 딸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려면 40대 50대부터 자신을 채찍질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인류에 기여하는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건 어려울지 몰라도 사랑이 많고 그 사랑을 자녀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는 부모가 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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