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겨레 신문 독자입니다. 1980년대 후반 한겨레 창간을 위한 기금 모금에 참여해 아이와 함께 주주가 되었습니다. 독자가 적어서 배달할 수 없다던 동네에 살 때는 구독하지 못했지만 이사온 후론 다른 신문 두 종과 함께 집에서 한겨레를 받아보고 있습니다. 2008년인가 잠깐 한겨레 '삶의 창'에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가끔 육하원칙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사나 비문(非文)을 보면 속이 상하지만, 그런 문제는 한겨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에 위로받습니다. 다른 신문에 실리지 않은 중요한 기사가 실리면 '역시 한겨레!'라 며 기뻐합니다. 한마디로 저는 한겨레의 독자일 뿐만 아니라 지지자입니다.
그런데 요즘 한겨레가 주최하고 한겨레의 가족회사인 한겨레교육이 주관하는 '한겨레 교육특강'이 제 마음을 불편하게 합니다. 한겨레에 실린 커다란 광고의 제목은 '2012학년도 대비 대입전략 수시전형 적극 확대, 개인별 맞춤전략으로 돌파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2월 24일 송파의 코바코 광고문화회관에서 시작하여 3월 6일 안양의 동안 여성회관에서 다섯 차례의 입시 특강을 한다고 합니다. 독자는 3천 원. 독자가 아닌 사람은 1만 원을 내면 수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조선일보나 동아일보나 중앙일보가 이런 특강을 주최하면 으레 그러려니 할 겁니다. 이 신문들은 개인이 만든 개인의 사업체입니다. 스스로 언론임을 자각하여 이익보다 진실과 원칙을 추구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냥 미디어 사업을 하는 회사일뿐이구나 하고 넘어갑니다.
그러나 한겨레가 이런 특강을 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고광헌 사장이 한겨레 홈페이지의 인사말에서 밝힌 것처럼, 한겨레는 '참 언론'의 역할을 하기 위해 수만 시민의 힘으로 태어났으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신과 역사적 사명이 무엇인지 늘 되새'겨야 합니다. 한겨레 교육특강이 한겨레가 생래적으로 부여받은 사명과 역할에 부합하는지 의문입니다. 한겨레에 몸담고 있는 모든 분들, 한겨레 지면에 글을 쓰는 모든 분들이 한 번쯤 한겨레의 태생, 그 이유를 돌이켜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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