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KBS 수신료 내리기 (2011년 2월 19일)

divicom 2011. 2. 19. 12:35

방송통신위원회가 KBS의 ‘수신료 1000원 인상안’을 받아들여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어제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측의 양문석 위원이 KBS가 제출한 인상안을 KBS이사회에 돌려보내 다시 한 번 국민에게 설명할 기회를 주자고 했지만 여당 측 위원들이 반대했다고 합니다. 방통위는 양 위원과 이경자 위원 등 야당 측 위원들이 중도에 퇴장한 후 이 인상안을 승인했다고 합니다. 방통위가 25일 이 인상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가 이것을 승인하면 4, 5월부터 수신료는 3500원이 된다고 합니다.

 

방통위의 인상안 승인이 문제가 되는 건 무엇보다 수신료 인상의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승인을 한 것입니다. 어제 경향신문에 따르면, 방통위는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의견서’에서 “KBS가 제출한 수신료 인상안은 재원구조 정상화를 통한 공영성 강화라는 KBS의 발전방향과 세계적인 공영방송으로의 도약을 위해 지향해야할 콘텐츠의 질 향상에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디지털 전환 완수와 시청자 권리 보호, 그리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 확립 등 KBS가 제시하는 수신료 인상 근거는 충분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니, 방통위의 인상안 승인은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친여언론이 대주주인 종합편성방송채널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방통위 실무진은 1000원을 인상하여 그 중 600원은 공적책무에 쓰고 400원은 광고축소에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수신료는 연간 1948억 원이 증가하며 1000원 중 400원을 광고축소에 쓰면, 연간 800억 원의 KBS 광고가 줄고 이 줄어든 광고는 MBC, SBS 등 지상파와 종편으로 간다고 합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소위 조중동으로 지칭되는 보수언론이 KBS 광고폐지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MBC, SBS 등 지상파는 수신료 인상 비판에 소극적이라는 게 경향신문의 분석입니다.

 

저는 수신료 인상에 반대합니다. 방통위의 최시중 위원장이나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1000원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돈이지만, 영하의 날씨에 난방도 하지 못하고 사는 무수한 저소득층에게 1000원의 무게는 다를 것입니다.

 

텔레비전은 궁핍하고 외로운 사람들이 적은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정보와 오락의 제공자이며 세상과 소통하는 창문입니다. 당연히 수신료를 올리기보다는 내리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어떻게 줄이느냐고요?

 

1회 출연에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출연자들의 출연을 줄이기만 해도 수신료를 올려야 할 필요가 사라질 겁니다. 그렇게 하면 연예인들의 수입이 줄어 KBS 출연을 거부하는 연예인들이 나올 거고 결과적으로 연예프로그램도 줄어들겠지만,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하는데는 도움이 될 겁니다.

 

KBS만이라도 연예프로그램을 줄이고 재미있는 교양프로그램을 늘려 이 나라가 '연예공화국'을 벗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 이 나라엔 연예인을 꿈꾸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텔레비전 방송국들이 프로그램 편성에서 균형을 잡아 국민이, 특히 어리거나 어리석은 국민이 사고와 생활의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연예프로그램의 감소와 연예인 수입 감소는 바람직합니다.

 

국회가 수신료 인상안을 제대로 처리하여 오랜만에 국민의 박수를 받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