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서울 기온이 영하 11도, 내일 아침엔 영하 12도까지 내려간다고 합니다. 남녘에 눈이 내려 쌓일 거라는 예보를 들으니 작년 겨울 눈 쌓인 학교 운동장에서 떼굴떼굴 구르던 생각이 납니다. 한참을 구르다 자연히 멈추었는데, 눈밭이 어찌나 편한지 안방에서처럼 누워 얼굴에 떨어지는 눈을 맞았었지요. 눈이 오면 무조건 나가보세요. 눈길을 걷다가 나동그라지거나 눈밭에 한 번 누워 보세요. 김기택의 시 '눈길에 미끄러지다'에 공감하며 그 하얀 순간을 즐겨 보세요.
"갑자기
말을 듣지 않는 몸무게가 이상하였다.
기둥처럼 땅에 박힐 것 같은 튼튼한 다리 하나를
반질반질한 눈길이 살짝 놓아주었을 때
느닷없이 땅을 잃어버린 몸무게는
공중에 뜬 느낌이 이상해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때마침 땅을 디딜 차례가 된 다리 하나가
얼른 몸무게를 받쳐주려 하였으나
눈길은 더 힘차고 경쾌하게
그 다리마저 오랜 의무에서 해방시켜주었다.
좌우에 두 팔이 있었으나
그것은 깃털 없는 두 개의 막대기일 뿐이었다.
몸무게는 허공에 낮게 떠서
무거워질 만큼 무거워졌다가
씩씩한 발걸음처럼 힘차게 바닥에 내리꽂혔다.
뒤집어진 거북이처럼
두 팔과 두 다리는 하릴없이 몸무게에 붙어
허공을 향해 허우적거렸다.
성급한 마음이 얼른 일으켜 세우려 하였으나
한번 땅맛을 본 몸무게는
길바닥에 편히 누워 좀처럼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
---<2003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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