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우리들의 추기경 (2010년 12월 14일)

divicom 2010. 12. 14. 12:19

천주교 원로 사제들이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 사업 발언을 비판하며 용퇴를 촉구했다고 합니다. 오늘 아침 한국일보에 따르면, 공동체적 교단 질서가 중시되는 천주교에서 사제들이 교계 수장의 용퇴를 요구한 것은 초유의 일이라고 합니다. 

천주교 원로 사제 20여명은 1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발표한 성명서에서, "추기경이 4대강 사업에 대한 주교단 전체의 명시적이고 구체적 결론에 위배되는 해석으로 사회적 혼란과 교회 분열을 일으킨 것은 분명히 책임져야 할 문제"라며 "교회의 동료 주교, 평신도, 수도자, 사제에게 용서를 구하고 용퇴의 결단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하고, "정 추기경의 과오는 한국천주교회 전체의 실책으로 우리가 사죄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지난 3월 춘계 회의에서 "4대강 사업이 이 나라 전역의 자연 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성명을 내고, 10월 추계 회의에서는 4대강 사업은 대표적 난개발이라는 내용의 '환경에 대한 주교회의 지침서' 발간을 승인,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정 추기경은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교단의 성명은 우려를 한 것이지, 반대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석했다고 합니다.

함세웅 신부는 "추기경 직은 자의적으로 물러날 수가 없는 만큼 서울대교구장 직에서용퇴하라는 의미"라며 "정 추기경은 은퇴 연령이 4년 지났는데, 이번 발언으로 교회 공동체에 속하지 않았음을 자인한 셈이므로 교구장 자리에서 물러나시길 바란다. (용퇴할 때까지) 계속 기도하며 호소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함 신부 등 10여명의 신부가 참석했고 성명서에는 25명이 연대 서명했다고 합니. 함 신부는 지난 8월 서울대교구 인사 후에 "중요한 시기에 역사적 고민이 없는 추기경이 교구장으로 와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정 추기경을 비판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천주교가 이 나라의 민주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잘 아는 사람으로서 천주교내의 갈등은 슬픔과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킵니다. 작년 2월 김수환 추기경이 하늘로 돌아가시고 새로운 추기경이 그의 뒤를 잇는 것을 보며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민주사회에서 종교는 언론이나 시민단체와 같은 제 4, 제 5의 권력입니다. 진리를 추구하는 종교가 현실적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권의 친구가 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아니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됩니다. 현실 권력과 맞서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이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은 이유는 그가 '역사적 고민' 끝에 취한 일련의 용기있는 행동 때문입니다.

 

어떤 이유로든 자신의 자리가 요구하는 용기를 발휘할 수 없을 때는 그 자리를 비워 다른 사람이 그 자리가 요구하는 용기를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추기경은 하느님의 뜻을 지상에 이루는 역할을 맡은 사람입니다. 정 추기경의 용단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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