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저녁 여섯 명의 대학생이 저희집을 찾았습니다. 작년에 함께 책을 읽던 모임의 회원들입니다. 일년 동안 읽어야 하는 125권의 고전 목록에 <베토벤의 생애>가 있었습니다. 모두 좋은 학교에 다니는 훌륭한 학생들인데도 베토벤의 음악을 들어본 사람이 드물었습니다. <베토벤의 생애>을 읽는 것보다 그의 음악을 듣는 게 더 의미있다고 했더니 음악을 들으러 저희집을 찾은 겁니다.
마침 저희 가족 중에 음악을 좀 아는 사람이 있어 무엇을 들을까 물었더니 두어 시간의 감상회에 알맞은 지침을 보내주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하여 아래에 옮겨 놓았습니다. 시간 관계상 바흐를 비롯한 천재 작곡가들의 작품이 무수히 제외된 점 이해해 주십시오.
당연하게도, 만남의 이유는 음악이었지만 만남은 음악 밖으로 흘렀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학생은 자정에 각자의 집으로 향했고 네 학생은 저희집 거실에서 캠핑을 했습니다. 새벽 세 시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가 아침에 나와 보니 학생들은 가고 없고, 그들이 누웠던 자리엔 이불만 예쁘게 개켜져 놓여 있었습니다.
귀여운 얼굴들을 떠올리니 <예기>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故君子之於學也 藏焉 修焉 息焉 遊焉 (고군자지어학야 장언 수언 식언 유언): 항상 배운 것을 마음에 간직하고 익히고 실천하며 휴식을 취하거나 놀 때에도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
두어 해 학생들과 책을 읽었지만 제 능력 부족을 비롯한 몇 가지 이유로 선생직을 그만두었습니다. 나이든 사람들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이라는 말을 남발하지만, 막상 그들은 요즘 젊은이들을 잘 모릅니다. 경제규모가 세계 15위인 정보선진국의 젊은이들이,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는 굶주린 격동기에 젊은 시절을 보낸 부모 세대와 같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다름 속엔 여전히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적 가치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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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베토벤의 소나타 3곡.
14번 월광, 8번 비창, 23번 열정, 한 CD에 있습니다. 베토벤은 총 32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했음. 그 중 가장 잘 알려지고 많이 연주되는 곡이 위의 3곡입니다. 특히 8번 비창 소나타의 2악장은 제일 아름다운 선률이라 합니다. 이외에도 발트슈타인, 템페스트 등 좋은 곡들이 너무나 많고 우리나라의 백건우씨가 작년에 전곡 리사이틀을 한바 있음.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피아니스트에겐 시작이며 그 완성.
2.파가니니의 기타 반주로 된 바이올린 소나타 중 몇곡. 흔히 파가니니하면 다 바이올린만 생각하는데 기타에도 귀신이었음. 피아노 소나타는 피아노 독주로 이뤄지지만, 기타 악기의 소나타는 피아노를 반주로 이뤄지지요. 그런데 이 바이올린의 신은 유일하게 기타를 반주로 소나타를 만들었지요. 사실 악기 중 피아노를 가장 닮은 것이 기타이니 가능한 일임. 흔히 악기의 여왕을 바이올린이라하고, 그 왕을 피아노라 한답니다. 왕의 자리를 대신한 기타의 운치도 상당히 멋들어지지요.
3.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1악장만). 차이코프스키는 발레 음악과 바이올린 협주곡, 비창 교향곡으로 더 유명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이 피아노협주곡이 일품입니다. LP나 CD를 찾기 어려우면 백조의 호수 DVD를 1막 정도 보는 것도.
4.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차이코프스키와 더불어 러시아를 대표하는 음악가. 작곡자이면서도 피아노 연주가로 유명함. 자기 음악을 자기가 초연하는 경우가 많았고,\ ,러시아적인 음률을 많이 사용. 2번 협주곡이 너무 길면(사실 연주하기 힘든 곡임), 광시곡만 들어도 됨. 파가니니의 무반주 카프리스를 주제로 변주곡으로 만든 곡으로 주제 부분이 특히 아름다움.
5.베토벤 교향곡 5번(운명), 9번(합창). 빈필의 DVD로 하시고, 5번은 시간이 좀 짧은데 9번은 한 시간이 넘으니 4악장만 듣기로 하지요. 5번 교향곡은 1악장을 다들 인기리에 듣지만, 사실은 3악장과 연결된 4악장이 가장 감동을 줍니다. 반드시 전 악장을 다 들어야 "운명"이라는 하나의 음악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음. 9번 교향곡은 프리드리히 쉴러의 시 "환희의 송가"를 교향곡에 덧붙인 유일한 음악.
6.파바로티의 실황판.(DVD). 여러 곡 중에 '공주는 잠 못이루고' '남몰래 흐르는 눈물' 등만 듣기로. 3년 전에 우리 곁을 떠난 금세기 최고의 테너. 도밍고, 카레라스와 더불어 3대 테너라 하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살아 생전 유일하게 "하이 C"를 변환 없이 실황으로 노래 했던 가수.
7. 베토벤 3중주 협주곡(시간이 되면). 3개의 클래식 악기와 오케스트라를 동원한 유일한 협주곡. 주제부분의 첼로로 시작되어 피아노로 이어지는 대위부분이 악기들이 서로 뽐내는 듯한 절묘한 하모니를 이룸.
8. Jimmy Strain 2집 (FUTURE)
여러 곡이 있지만 그 중 교향시를 닮은 한 곡. 마치 한국의 "야니"와 같은 감성을 지니고 이를 표현한 작곡가.
참고 사항
1. 3대 교향곡: 베토벤의 5번 운명, 차이코프스키의 6번 비창, 슈베르트의 9번 미완성.
그렇다면 합창교향곡은? 교향곡 중의 교향곡!
2. 3대 바이올린 협주곡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멘델스죤의 바이올린 2번
3. 3대 피아노 협주곡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황제),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1번, 쇼팽 협주곡 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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