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서대문구청 (2010년 11월 5일)

divicom 2010. 11. 5. 10:05

근 이십 년의 종로구민 생활을 마감하고 서대문구민이 된 지 4, 5 년이 되었습니다. 대학이 많다 보니 나무와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나무가 많으니 공기가 좋고 젊은이가 많으니 거리에 생기가 넙칩니다. 가끔 전에 살던 동네의 친구들이 생각나도 다시 가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서대문구청이 하는 '짓'을 보고 있으면 한숨과 실소를 넘어 화가 나려고 합니다. 시작은 홍제천에 있는 내부순환도로의 콘크리트 교각 기둥에 그림을 건 것입니다.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의 그림 20점을 프린트하여 교각에 걸었는데, 허다한 한국의 화가들을 두고 왜 하필 모네의 작품을 건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기둥은 큰데 그림은 작으니 우스꽝스러울 뿐만 아니라 홍제천변 길에서 교각까지 거리가 수 미터가 되니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서대문구청장은 그림들을 두 배 크기로 출력하여 바꿔 거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는데, 개천 한가운데의 교각에 그림을 걸려면 중장비가 동원되어야 할 겁니다.

 

그 다음에 서대문구청 때문에 한숨을 짓게 된 건 '지방세법 개정안내문'을 받고서입니다. '내년 1월 1일부터 새지방세법이 시작'된다는 안내문인데 대단한 내용도 아닙니다. 지방세법이 3개법으로 나뉘어 '전문화, 체계화'되고, 유사한 세목이 통폐합되어 16개 세목이 11개 세목이 된다는 겁니다. 이 안내문을 저희 가족 모두에게 각각 보냈습니다.

 

왜 이 안내문을 한 집에 한 장도 아니고 식구 수대로 보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00길'이라는 새주소를 쓰면서 어떤 봉투엔 '00길 72'라고 쓰고 어떤 봉투엔 '00길 53'이라고 써놓았습니다. 그러니 저희 가족은 저희집 주소가 '00길 72'인지 '53'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서대문구청이 하는 짓 중 압권은 G20 정상회의 때 음식물쓰레기를 내놓지 말라고 한 겁니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포스터를 곳곳에 붙여 10~12일 동안에는 쓰레기 배출을 자제해달라고 했다가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쳐 철회했습니다.

 

난세엔 이름을 드러내기 위해 불필요한 짓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개인이 그럴 때는 그 개인만이 웃음거리가 되지만 구청이 그러면 온 구민이 부끄럽습니다. 게다가 이 이상한 짓거리를 하느라 낭비되는 세금을 생각하면 실소를 넘어 화가 납니다. 제발 구청이 가만히 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만히만 있으면 서대문구는 제법 살기좋은 곳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