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동네마다 노인요양원이 생겼습니다. 대개 2층이나 3층에 있는데다 계단을 통해 들고 나게 되어 있어서 지나칠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 시설에 들어가실 노인이라면 연세도 높고 거동도 편치 않으실 텐데 시설이 저러하니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바깥 구경을 하시기 어렵지 않을까, 혹시 한 번 들어가면 돌아가실 때에야 나올 수 있는 것 아닐까...
결국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오늘 새벽 포항의 인덕 노인요양원에서 불이나 할머니 열 분이 숨지고 열일곱 분이 부상당한 것입니다. 불은 2층 건물 396㎡ 중 1층 사무실 16.5㎡만을 태우고 30분만에 진화됐으나 사상자의 대부분은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어서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연기에 질식당하셨다고 합니다. 참으로 애통하고 부끄럽습니다.
정부는 G-20 정상회의를 하면서 전세계가 보고 있으니 그럴싸한 모습만 보여주자고, 그러니 쓰레기도 내놓지 말고 분뇨도 수거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 모든 노력은 허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포항에서 일어난 화재사건으로 이 나라의 수준, 무엇보다 이 정부가 가장 힘없는 국민을 어떻게 대하는지 백일하에 드러났으니까요.
도대체 노인요양원 설립 기준은 무엇일까요? 기준이 있긴 있을까요? 관청의 담당공무원들은 설립 인가를 내주기 전에 해당 건물에 나가 실사를 할까요? 말만 '요양원'인 이런 시설이 어떻게 요양원 인가를 받았을까요?
일본 사회복지법인 동화원의 하시모토 다케야 원장은 최근 요코하마에서 열린 개호보험 관련 브리핑에서 “한국의 노인요양시설을 돌아보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며 “일본에서 만약 한국처럼 시설을 운영한다면 고령자학대방지법에 따라 처벌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단 하루라도 한국의 요양원에서 살아본다면 노인 입소자들이 얼마나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라면서 “시설 직원들조차 죄책감을 느끼며 부끄러워할 정도”라고 했습니다.
인터넷 국민일보에 따르면, 하시모토 원장은 지난 1월 동화원 직원들과 부산 지역의 노인시설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당시 입소자들은 모두 분홍색 파자마 차림이었으며 -- 일본에서는 똑같은 옷을 입히는 것도 학대에 포함된다고 합니다-- 4인실에서는 요양사들이 커튼도 치지 않은 채 노인들의 기저귀를 갈았고 아예 커튼이 없는 시설도 있었다고 합니다. 침대에는 사이드 바가 설치돼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내려올 수 없었으며, 치매노인 시설에선 직원들이 방문을 걸어 잠근 후 퇴근했다고 합니다.
하시모토 원장은 “일본도 2006년 고령자학대방지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노인 인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었다”며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 한국도 노인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하루빨리 노인관련 법안을 제·개정해야 한다”고 했다고 합니다. 교토에 있는 동화원은 1920년 양로원으로 출발했으며 현재는 500개 병상의 요양시설과 노인홈, 데이케어센터, 장애인 복지관 등을 갖춘 종합복지시설이라고 합니다.
이번 포항 화재 사건을 계기로 전국적인 노인요양시설 점검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인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대대적인 개선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번 화재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들의 쾌유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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