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파이 이야기 (2010년 11월 1일)

divicom 2010. 11. 1. 09:19

캐나다 작가 얀 마텔 (Yann Martel)의 소설 <파이 이야기(Life of Pi)>를 읽다가 웃음이 터졌습니다. 16세의 파이라는 인도 소년은 힌두교 사원, 성당, 이슬람 사원에서 힌두교 사제, 신부, 이슬람 지도자를 만나 대화하며 각 종교에 감화됩니다. 그는 세 곳 모두를 다니며 사랑과 평화를 배우는데, 어느 날 부모님과 산책을 하다가 세 종교의 성직자들을 만납니다.

 

세 사람이 모두 파이의 부모님에게 파이가 자기 종교의 독실한 신자라고 주장하는 장면에서 웃음이 터진 겁니다. 이 책을 읽지 않은 분이라 해도 그 광경을 상상하면 웃게 될 겁니다. 세 사람의 설전 덕에 부모님도 파이도 당황하는데, 이 때 어머니가 파이의 생각을 묻습니다. 파이의 대답은 간단합니다. "간디께서는 '모든 종교는 진실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신을 사랑하고 싶을 뿐이에요."

 

마텔은 캐나다인이지만 스페인에서 태어났으며 코스타리카, 프랑스, 멕시코, 개나다 등지에서 자랐고, 성인이 되어서는 이란, 터어키, 인디아 등에서 머물렀습니다. 철학을 전공한 마텔은 무수한 종교 서적들을 읽고 사원들과 성당들을 다닌 끝에 이렇게 재미있고도 깊이있는 소설을 써냈습니다. 그는 2002년 이 소설로 부커상(Man Booker Prize for Fiction)을 수상했습니다. 이 상은 영연방 국가의 작가가 영어로 쓴 뛰어난 작품에게 주는 상입니다.

 

이 책에는 또 이런 재미있는 구절도 있습니다. 왜 교회에도 절에도 나가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 사람들 중에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 같습니다.

  

"... 그러니까 목요일에는 힌두 사원에 가고 금요일엔 이슬람 사원에, 토요일에는 유대회당에,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면, 세 가지 종교로 더 개종해서 평생 매일 성스런 날로 삼으면 좋겠다."

 

"신은 '궁극적인 실체'이자 존재를 떠받치는 틀이건만, 마치 신의 힘이 약해서 자기가 도와야 된다는 듯 나서서 옹호하는 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자들은 정작 나병에 걸려 동전푼을 동냥하는 과부는 못 본 체 지나고, 누더기 차림으로 노숙하는 아이들 곁을 지나면서도 '늘 있는 일'로 치부한다. 하지만 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점을 보면 난리라도 난 것처럼 군다. 얼굴을 붉히고 숨을 몰아 쉬면서, 화를 내며 말을 쏟아낸다. 얼마나 분노하는지 놀라울 뿐이다. 그 단호함이 겁난다... 과부와 집 없는 아이들의 운명은 너무 힘들다. 그러니 독선적인 자들이 편들어주러 달려갈 곳은 신이 아니라 그런 이들인 것이다.

 

한번은 어느 멍청한 인간이 이슬람 대사원에서 나를 쫓아냈다. 교회에 가니, 신부가 노려보는 바람에 예수님의 평안을 느낄 수 없었던 적도 있었다. 힌두교 사제들이 믿음에서 훠이훠이 쫓아낸 적도 있다... 이제 금요일 예식이 끝나도 동료 신도들과 얼쩡대지 않았다. 사제들 때문에 신과의 만남이 방해받지 않도록 복잡한 시간에 힌두 사원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