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책상 위에 쌓인 메모지들을 들여다봅니다.
책 사이에 끼워두었던 낙엽을 보는 것 같습니다.
보이지 않되 쉬임 없이 흐르는 시간이 보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어서일까요? 사랑과 고통에 대한 인용문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중 몇 문단 옮겨둡니다. 사랑에 끝이
있듯 고통에도 끝이 있으니 다행입니다.
-- 최인훈 전집 6, 크리스마스 캐럴, 24-25쪽
"사랑이란 물건은 아껴야 된다는 거야. 말하자면 귀금속을
가진 사람들이 진짜는 은행에 맡기고 가짜를 지니고 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말이지. 사랑을 남용하면 망가지기 쉬워.
샘솟듯 하는 사랑이란 말이 있지만 다 하는 소리구 사실은
그렇지 못해. 사랑은 거미줄 다루듯 해야 돼. 아이들이 이걸
가지면 곧 망가뜨리구 인색한 사람이 가지면 썩히는 거야."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78쪽
"그때 나는 이 세상에 남길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그것이 비록 아주 짧은 순간이라고 해도) 여전히
더 말할 나위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극단적으로 소외된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없을 때, 주어진 고통을 올바르게 명예롭게 견디는 것만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 때, 사람은 그가 간직하고 있던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생각하는 것으로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
--79쪽
"나는 아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몰랐다.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그것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알아야 할
필요도 없었다. 이 세상 어느 것도 내 사랑의 굳건함, 내 생각,
사랑하는 사람의 영상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사실 그때 아내가
죽었다는 것을 알았더라도 나는 전혀 개의치 않고 아내의 모습을
떠올리는 일에 내 자신을 바쳤을 것이다. 나와 그녀가 나누는
정신적 대화 역시 아주 생생하고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나를 그대
가슴에 새겨 주오. 사랑은 죽음만큼이나 강한 것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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