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렇듯이 저도 장점과 단점을 두루 가진
인간입니다. 장점은 아마도 책임감일 겁니다.
어떤 일을 하기로 하면 가능한 한 주어진 시간 안에
잘해내려고 하는 것이지요.
단점은 장점에 비해 훨씬 많은데, 그중에서도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열이 올라도 웬만큼 올라서는 신경 쓰지 않고
살던 대로 살기 일쑤입니다. 그러다가 몇 해 전 고열에 잡혀
잘하던 노래를 못하게 되었지만, 습성은 잘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습성 때문에 이틀여를 꼬박 누워 있다 일어나 보니
눕기 전에 사다둔 봄동이 저처럼 시들어 있습니다.
봄동을 물에 담가 놓고, 누워 보낸 시간과 그 앞뒤의
시간을 생각합니다.
그 시간이 제게 해준 말은 무엇보다 살던 대로 살지
말고 관성에서 '깨어나라!'입니다. 어느새 노년의 삶에
익숙해진 채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열 세례를 맞고 누워
머릿속으로 유서를 쓰다 보니, 지금 제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즐거움을 주는 일이라도 그만두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분명해집니다.
제일 먼저 저의 즐거운 취미 생활인 김치 담그기를
절제해야겠습니다. 김치를 담그고 나면 대개 열이
오르니까요. 그러니 저 시든 봄동이 살아나더라도 김치로
만들지 않고 된장국에 넣을 겁니다. 그렇게 하는 게
'깨어나라!'에 응답하는 첫걸음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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