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머니 계신 병원에서 오빠 내외를 만났습니다.
오빠가 넘어져 오른손 뼈에 금이 갔다고 했습니다.
젊은 시절 네다섯 번이나 깁스를 했던 제겐 못 미치지만
오빠의 깁스가 처음은 아닙니다.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 덕에 다시 만난
2012년 12월 16일 자 ‘빙판’이라는 제목의 글에도
오빠가 오른팔에 깁스를 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때 그 글.. 거울 보듯 보고 나서 조금 줄여
옮겨 둡니다. 그 글의 전문을 읽고 싶으신 분은
링크를 클릭하십시오.
https://futureishere.tistory.com/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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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 하면 누구나 추운 겨울을 생각하지만 삶의 골목 골목엔
빙판처럼 우리를 시험하는 곳들이 늘 있습니다. 때로는
넘어졌다 바로 일어날 수 있지만 때로는 뼈에 금이 가거나
인대가 끊어져 옴짝달싹할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젊은이는 낙상을 해도 다시 회복되지만 연로하신 분들 중엔
낙상에서 회복되지 못하여 불귀의 객이 되는 분들도 있습니다.
발을 잘못 디디거나 미끄러운 곳에서 넘어지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니는 수밖에 없습니다.
정신적인 고통으로 나동그라졌을 때는 의지가 지팡이입니다.
이 겨울, 부디 넘어지지 마시고 넘어지셨을 때는 툭툭 털고
일어나실 수 있게 평소에 체조를 좀 해두시기 바랍니다.
정신적인 추락으로 괴로우실 때는 '계곡이 깊으면 산이 높음'을
생각하시어 일어나시길 빕니다.
아래는 양애경 시인의 ‘빙판’이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이 시는 1988년에 출간된 시집 <불이 있는 몇 개의 풍경>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빙판
내 집 현관에서 무심히
한 걸음 내디디다 쿵
동네 보도에서 주루룩
마음놓고 디딜 때마다 쿵
또 눈이 내린다
햇빛 밑에서 녹으며 내리고
그늘에서 얼며 내린다
바람 불면 날리면서 내린다
재채기를 하며 눈을 맞는다
눈물을 흘리며 눈을 맞는다
아이를 업고 눈을 맞는다
아이는 잠들어 돌같이 가라앉는데
또 눈이 내린다
마음놓고 기댈 때마다 허물어진다
사랑하는 일같이
믿을 때마다 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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