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이영애 씨에게 (2024년 1월 9일)

divicom 2024. 1. 9. 21:37

저는 배우 이영애 씨를 좋아합니다.

그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이름에 걸맞게

처신합니다. 이 나라에 이영애 씨 같은 사람이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어머니가 누워 계신 방엔 세 분의 고령 환자들이

계십니다. 혼자서는 거동이 불가능한 분들입니다.

 

오후 세 시가 되도록 어머니 곁에 붙어 있다 잠시

병실 근처 휴게 공간에서 때늦은 점심을 먹는데,

'아퍼? 어디가 아퍼!' 잘못한 아이를 야단치는 듯한

큰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머니 병실로 달려가니 4, 50대로 보이는 간호사가

젊은 동료를 옆에 두고 아흔넷 어머니에게 반말로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청력이 나빠 못 들으실까봐

큰소리쳤겠지 하고 이해한다 해도 반말은 용서하기

어려웠습니다. 

 

당시엔 기가 막혀 명찰을 볼 생각도 못했는데

나중에 다시 왔을 때 보니 이영애였습니다.

 

그가 어머니를 모욕하고 간 후엔 너무 화가 나서

그를 저주하리라 마음먹었지만, 이름을 확인할

즈음엔 화가 가라앉아서인지 오히려 그의 앞날이

걱정되었습니다. 저 사람은 무슨 벌을 받으려고

저럴까, 저 사람이 우리 어머니 나이가 되도록

살면 무슨 일을 겪게 될까...

 

불친절과 무례는 누구에게 저지르든 나쁜

짓이지만, 특히 맞설 힘이 없는 사람에게 저지르면

죽을 때까지 벌을 받게 되는 악행입니다.

 

이름만 예쁜 이영애 씨! 부디 그렇게 살지 마세요!

배우 이영애 씨처럼 동명이인들에게 빛을 나눠주진

못할망정 피해를 주진 마세요! 이름값 좀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