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침상에 누우신 어머니의
몸을 만지다 보면 이 몸이 우리
어머니 것인가 낯설기만 합니다.
탄탄하시던 근육이 한두 달 만에
어디론가 사라지고, 매끄럽던
피부는 막대기를 덮은 낡은 옷
같으니까요.
그러나 시선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는 어머니의 영혼은
여전히 낯익은 사랑입니다.
나이 들면 누구나 몸이 낡고
피부엔 주름이 생기지만,
그 몸에 깃든 영혼은 낡음과
주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일까요?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William Butler Yeats:1865-1939)도
그렇게 느꼈던가 봅니다.
An aged man is but a paltry thing,
A tattered coat upon a stick, unless
Soul clap its hands and sing, and louder sing
For every tatter in its mortal dress, ...
노인은 오직 보잘 것 없는 물건,
나뭇가지에 걸쳐진 낡아빠진 겉옷,
영혼이 그 필멸의 의복 헤진 곳곳을 위해
손뼉치며 큰소리로 노래할 수 없다면,...
--예이츠의 시 Sailing to Byzantium
(비잔티움 항해) 2연 첫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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