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노년일기 208: 잠시 숨어 있는 순간 (2024년 1월 22일)

divicom 2024. 1. 22. 11:59

어머니가 입원하신 지 17일째...

병원에 드나들다 보면, 특히 연세가

많아 회복의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분들 사이에 있다 보면 자연히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다가 죽고 싶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혼자 죽는 것만은 피하고

싶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어떻든

상관없다고 합니다. 

 

죽음은 아픔처럼 혼자 겪는 일이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죽음의 순간도 살던

방식대로 맞으려 하는가 봅니다.

부디 각자가 원하는 죽음을 맞기를,

아니 그 죽음을 맞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생生을 살아내기를 바랍니다.

 

안락사를 다른 어느 나라보다 개방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의사 베르테

케이제르는 수많은 환자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쓴 책 <죽음과 함께 춤을

(Dancing with Mr. D)>에서, 밤 사이에

홀로 죽은 반 리에트 씨에 대해 얘기합니다.

케이제르가 그리트라는 환자와 나누는   

대화가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아래에 옮겨둡니다.

 

P. 321

Like most people, Greet thinks that "dying"

is a verb like "swimming," "cutting," or 

"walking," where you have to mind the

current, your fingers, or the step.

  I try to reassure her: "Greet, shall I tell you

what happened to Van Riet? During his

last night, when nobody was looking, 

Death told him, 'Psssst, Van Riet, I've got

a little hollow here where you can hide

for a while, till it's all over.' And then it was

over."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 그리트 씨는

"죽다"가 "수영하다" '자르다' '걷다'와

같은 동사라서 물결이나 손가락, 걸음 등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말한다.

"그리트 씨, 반 리에트 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해줄까요? 어젯밤 아무도

그를 보고 있지 않을 때 죽음이 그에게 

말했어요. '쉿, 반 리에트, 다 끝날 때까지

자네가 잠시 숨어 있을 곳이 여기 있네.'

그리고 그렇게 끝이 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