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솔 벨로의 문장들 4: 분노의 힘 (2024년 1월 5일)

divicom 2024. 1. 5. 10:08

시간이 투스텝으로 달아나는 아이 같습니다.

사위어가시는 어머니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 차

문득 고개 들면 그새 2, 3일이 지나 있습니다.

 

요절한 가난한 선비의 딸로서 어려서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교육이라곤 일제 때 야학에

다닌 게 전부였지만, 어머니는 제가 아는 누구보다

정의로웠고, 정의로운 분노를 망설임 없이 표출해

손해를 입은 적도 많았습니다.

 

바뀌어 가는 세상에서도 어머니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흔이 넘도록 신문을 보시며, 부정을

저질러 이익을 취하는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을

가차없이 비판하시는가 하면, 윗사람이 성희롱이나

성 착취를 할 때 훗날의 피해나 불이익을 생각해

그 순간 그 자리에서 맞서지 않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셨습니다.

 

근 94년 생애 동안 어머니의 정신을 지켜준 건

바로 그 정당한 분노일지 모릅니다. 지금 이 세상에

비굴한 사람들이 유례없이 많은 건, 정의가 위협

당할 때 이익을 고려해 침묵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과

관계가 있겠지요. 

 

솔 벨로도 그렇게 생각했나 봅니다. 단막 희곡

'파괴자 (The Wrecker)'에서 이렇게 말했으니까요.

 

It's great to be angry. Anger is beautiful. It gives

you a sense of honor. It brings back your

self-respect. 

 

화내는 건 좋은 일이야. 분노는 아름다운 것이니까.

분노는 명예심을 붇돋우고 자존감을 찾게 해줘. 

 

-- <Seize the Day>에 수록된 단막 희곡 'The Wrecker', P. 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