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그곳에 개울이 (2024년 5월 10일)

divicom 2024. 5. 10. 10:04

허만하 시인을 아는 것은 행운이고

그의 시를 읽는 것은 축복입니다.

아흔두 해를 꼭 채워 사신 선생은

'詩의 눈'으로 자신의 안팎을 봅니다. 

우리는 모두 그분께 빚지고 있습니다.

적어도 그분의 시를 읽는 동안엔

우리도 언어의 다른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아래는 선생의 시집 <언어 이전의 별빛>

41-42쪽에 수록된 '그곳에 개울이 있었다' 전문.

시의 여백은 선생이 만드신 여백임.)

 

 

그곳에 개울이 있었다

 

뜻밖에

그곳에 개울이 있었다

 

흐르고 있었다

 

시간이 목을 축이고 있었다

 

 

그때 

 

사라지는 것이 태어났다

 

있다가 없어지는 것

 

어느덧 보이지 않는

 

소실점을 향하여

 

손을 흔들며

 

이별과 출발 사이

 

손을 흔들며

 

 

그것은 멀어지고 있었다

 

그곳에도 천체가 있고

 

해와 달이 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