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만하 시인을 아는 것은 행운이고
그의 시를 읽는 것은 축복입니다.
아흔두 해를 꼭 채워 사신 선생은
'詩의 눈'으로 자신의 안팎을 봅니다.
우리는 모두 그분께 빚지고 있습니다.
적어도 그분의 시를 읽는 동안엔
우리도 언어의 다른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아래는 선생의 시집 <언어 이전의 별빛>
41-42쪽에 수록된 '그곳에 개울이 있었다' 전문.
시의 여백은 선생이 만드신 여백임.)
그곳에 개울이 있었다
뜻밖에
그곳에 개울이 있었다
흐르고 있었다
시간이 목을 축이고 있었다
그때
사라지는 것이 태어났다
있다가 없어지는 것
어느덧 보이지 않는
소실점을 향하여
손을 흔들며
이별과 출발 사이
손을 흔들며
그것은 멀어지고 있었다
그곳에도 천체가 있고
해와 달이 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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