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유가 제한된 사회에서 신문을 제대로 보는 법은 큰 기사는 대충 보고 작은 기사를 눈여겨보는 것입니다. 큰 기사는 대개 정부를 위한 '선전(propaganda)'이고, 정말 크게 실려야 할 사안들은 지면 밑바닥에 간신히
실리곤 하니까요. 1980년대초 전두환 정권의 언론탄압 아래 신문을 제작해본 사람은 이런 일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때 생긴 버릇 때문에 큰 기사는 제목만 보고 작은 기사를 꼼꼼히 보곤 합니다.
요즘 본 기사 중 가장 마음을 뭉클하게 한 것은 전북 무주군 적상면의 조희순 씨 얘기입니다.
올해 예순 한 살인 조씨가 추석을 앞두고 무주군청에 기탁한 조끼 마흔 한 벌 때문입니다.
희순씨는 지역내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이 조끼들을 전해 달라고 했는데,
이 털 조끼들은 그가 직접 뜨개질한 것이라고 합니다.
희순씨는 "내가 가진 재주를 이웃들을 위해 쓸 수 있으니 오히려 감사한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노년이 더 외롭고
힘드실 어르신들에게 털 조끼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는데, 기사에 곁들여진 그의 사진을 보면
그도 호의호식하며 사는 것 같진 않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뭘 좀 내놓으라 하면, "이담에 좀 여유가 생기면"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정말 주고 싶으면 형편에 여유가 있든 없든 주고 맙니다. 진정한 사랑은 어떤 경우에도
표현 방법을 찾아내니까요.
올 여름 비가 많아 겨울이 추울거라고 하는데, 무주군 적상면은 춥지 않을 것 같습니다.
희순 언니 혹 서울 오시면, 제게 연락 좀 주세요. 꼭 한 번 만나 따뜻한 밥 한 그릇 대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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