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고향 꿈 (2010년 9월 20일)

divicom 2010. 9. 20. 06:59

비가 명절 맞이 대청소를 합니다. 세상 곳곳에 남아 있는 지난 여름의 고단함이 깨끗이 씻겨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가족이 모두 서울에 살아 고향 가는 수고를 덜었지만, 고속도로를 메운 귀성행렬을 보면 기쁘고도

착잡합니다. 가는 사람들의 설렘도, 가고 싶은 고향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안타까움도 다 제 것

같아서입니다.

 

오랜만에 아우들과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십니다. 우리와 이십대를 함께 보낸 음악을 들으며 시 같은

노래를 들려주던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김민기, 박인희, 이연실, 김훈, 송창식, 조용필...

 

메밀차와 장미차를 마신 아우들은 약식과 찰떡 한 줌씩을 싸들고 돌아가고, 저는 아직 그들이 남긴 

웃음 속에서 행복합니다. 태어나 자란 곳도 고향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도 고향입니다. 문득 오래전

즐겨 부르던 이연실의 노래 '고향 꿈'을 생각합니다. 

 

동산에 달이 밝아 창에 비치니

어언간 깊이 든 잠 놀라 깨었네

사방을 두루두루 두루 살피니

꿈에 보던 고향 산천 간 곳이 없소

 

우리 아빠 무덤가에 핀 담배꽃

그꽃 한줌 꺾어다가 담배 말아서

할배요 일손 놓고 한 대 피우소

너울너울 담배 연기 피워나보소

 

우리 엄마 무덤가에 핀 진달래

그꽃 한줌 꺾어다가 술로 빚어서

할매요 이리 앉아 한 잔 받으소

너울너울 진달래주 취해나보소

 

우리 님 무덤가에 핀 목화꽃

그꽃 한줌 꺾어다가 이불 지어서

누나야 시집갈 때 지고나 가소

너울너울 목화이불 지고나 가소

 

우리 님 무덤가에 울던 두견화

너 이리 찾아올 줄 내 몰랐구나

간밤에 뒤숭숭한 고향 꿈들이

오늘에 너를 보러 그리했나 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