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웃음소리 (2010년 9월 16일)

divicom 2010. 9. 16. 08:36

지난 일요일(12일) 서울 양천경찰서는 33세의 윤모씨를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검거했습니다.

그는 지난달 7일 오후 6시5분께 양천구 신정동 다가구주택 옥탑방에 침입, 거실에서 자녀와 함께 TV를 보던 장모(42)씨의 머리를 둔기로 때린 뒤, 비명을 듣고 방에서 나온 남편 임모(42)씨의 옆구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고 합니다. 

 

윤씨는 강도강간 등의 혐의로 14년 6개월을 복역한 후 지난 5월 출소, 출소자 지원기관인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 지내면서 공사현장 등에서 일해왔다고 합니다. 사건 당일엔 일거리가 없어 오전 6시께부터 12시간 넘게 양천구 일대를 배회하며 막걸리 1병을 마셨으며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인근 놀이터에서 술을 마시던 중 맞은 편 다가구주택 위층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며, "나는 세상을 어렵게 살고 방황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행복하게 산다는 생각이 들어 순간 격분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른 세 살 나이에 14년 6개월을 복역했다면 열아홉 살때부터 감옥에서 생활했다는 뜻입니다. 열아홉 살부터 감옥 생활을 했다니 그전의 삶이 어땠을까 가히 짐작이 갑니다. 얼마나 외롭고 힘든 삶이었으면 옥탑방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에 분노를 느꼈을까요? 옥탑방은 부자가 사는 곳이 아니며, 가난한 가족이 내는 웃음소리는 힘겨운 상황에서 서로를 격려하는 응원가일 거라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까요?

 

열아홉 살부터 감옥 신세를 진 윤씨를 '나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착한' 시민들이 많겠지만, 저는 그들만큼 착하지 않나 봅니다. 어떤 조건에서 자랐기에 짧은 인생의 팔십 퍼센트를 철창 속에서 보내게 된 걸까, 제겐 그의 불운이 안타깝고 궁금하니까요. 최악의 조건에서도 최선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모두가 그럴 수는 없을 겁니다.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정말 '나쁜' 사람인지, 아니면 '불운'한 사람인지, 좀 더 생각해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