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저는 13년 전에 포털사이트 '다음'에 블로그를 열었습니다.
사교를 좋아하지 않아 밖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적은 만큼
블로그를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서 최소한의 목소리를 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제가 '다음 블로그'에 글을 쓰는 동안 '다음 블로그'는 여러 차례 변화를
꾀했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 변화는 늘 개선 아닌 개악이었습니다.
지난 9월 '다음 블로그'가 없어지니 '티스토리'로 이전하라는 최후통첩을 받고
티스토리로 이전하면서도 늘 불안했습니다. 이번 변화는 또 어떤 개악으로 끝날까...
그런데 지난 주말 다음 카카오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화재는 발생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카카오그룹에 속한 128개 회사들이 며칠 동안이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이용자들이 무수한, 때로는 생계에 영향을 주는 곤란을 겪었습니다.
'다음'도 처음부터 이런 기업은 아니었을 겁니다.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잘하고 싶다는 진심을 압도한 결과 하나가 128개로 늘었지만
다음 카카오왕국 여기저기에 구멍이 숭숭 뚫리게 된 것이지요.
이 나라도 카카오왕국과 다르지 않을 테니 이 나라의 '다음'이 어떨지
걱정이 됩니다.
그러나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한 가지 뿐입니다.
다음 카카오처럼 되지 않는 것. 겉보기엔 그럴싸하지만 속엔 구멍이 숭숭 뚫린,
지혜 추구는 없고 욕심만 남은 노인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땐 좀 나은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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