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139: 밤, 그 사랑 (2022년 10월 27일)

divicom 2022. 10. 27. 19:05

밤의 계절입니다.

'어두운 밤'의 '밤'은 짧게 발음하고 '맛있는 밤'의 '밤'은 길게

발음해야 합니다.

 

밤을 보면 '밤을 마음껏 먹을 수 있으면 부자' 라던

어린 시절 남동생의 말이 떠오릅니다. 

남동생은 이제 부자가 되었으니 밤을 마음껏 먹고 있을까요?

 

생밤을 익혀 먹기는 생쌀을 익혀 먹기보다 어렵습니다.

맨 바깥 가시껍질을 벗은 밤에도 두 겹 껍질이 있습니다.

바깥 껍질은 단단하고 속 껍질은 몸에 착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밤 껍질을 벗기는 데는

수고와 참을성이 필요합니다.

 

밤을 사는 사람들 중에 자기가 먹으려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대개는 부모나 배우자, 자녀 등

가족에게 먹이려고 살 겁니다. 밤 껍질을 벗기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수고롭게 껍질을 벗겨 낸 밤을 자기 입에 넣는

사람보다 사랑하는 이의 입에 넣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그러니 손질해둔 밤을 집어먹는 사람들은 밤을 하나 먹을 때마다

자신을 위해 밤을 벗긴 사람의 입에도 하나씩 넣어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그의 수고와 사랑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니까요.

밤마다 사랑! 사랑이 밤처럼 맛있고 단단하게 영글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