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136: 사이좋은 모녀 (2022년 10월 12일)

divicom 2022. 10. 12. 09:04

며칠 전 좋아하는 카페에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카페 입구에서 바라본 너른 창가

자리에 중년 여인이 신을 신지 않은 발을 의자

팔걸이에 걸쳐 놓고 앉아 있었습니다.

맨 다리가 팔걸이에 걸쳐진 채 덜렁거리는 모양이

끔찍했습니다. 여인의 건너편에는 젊은 여인이

앉아 있는데, 그 모양이 아무렇지 않은 듯 한참

대화 중이었습니다.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났지만 그 집의

커피와 음악을 따라올 곳이 없으니 하는 수 없이

들어갔습니다. 두 여인으로부터 가장 먼 곳에

자리를 잡고 커피를 마시는데 그들의 큰 목소리가

거기까지 오니 오래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일어나 나가니 카페 주인 정진씨가 따라나왔습니다.

"저 사람들... 끔찍하네요. 내가 가서 얘기할까요?

발 내리라고?" 제가 말하자 저보다 현명한 정진씨가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 정도 나이가 들었는데 저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누가 말한다고 듣겠어요? 저 사람들은

모녀인데 가끔 와요. 저 사람들이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가슴이 철렁해요."

 

정진씨의 말을 듣는 내내 저는 창 안의 모녀와 이제

차탁 위로 옮겨져 있는 그 어머니의 허연 발을

응시했습니다. 제가 동원할 수 있는 나쁜 기운을 모두

모아 그 발을 사격하면서.

 

사격이 효과를 발휘한 걸까요? 어느 순간 딸이 무어라

말하더니 발이 탁자 위에서 사라졌고 곧이어 모녀가

일어나는 게 보였습니다.

 

정진씨에게 안녕을 고하고 그 자리를 떠나면서

생각했습니다. 저 어머니와 딸의 사이가 제 어머니와

저 사이만큼만 나빴으면 좋았을 텐데...

 

어머니와 카페에 가면 저는 나쁜 딸이 됩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커지거나 비뚜름하게 앉으시거나, 당신의

관념을 벗어나는 사람을 자꾸 흘깃거리시면 저는 자꾸

지적하며 그러지 마시라고 합니다. 그러니 저희 어머니가

카페 주인의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모녀는 물론이고 부자, 부부, 나아가 가족 모두 사이가

좋다면 좋은 일이지만 그들의 화락이 그들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상식 이하의 언행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면서 자기들끼리 하하호호하는

사람들... 그래도 화목은 좋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