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107: 주름살 지운 교수님 (2022년 2월 17일)

divicom 2022. 2. 17. 13:20

제 주변에는 교수가 제법 여러 명입니다.

제 오빠처럼 세상 물정에 어두운 교수가 있는가 하면

장사꾼보다 돈을 잘 버는 교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주름살을 지우는 교수들도 적지 않습니다.

주름살을 지우는 건 물론이고 코를 오뚝하게 세우거나

듬성듬성해진 눈썹을 짙게 만들어 무서워 보이는 교수도 있습니다.

 

언젠가 주름을 지운 교수가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젊은 애들하고 있으려니 너무 늙어 보이면 안 되겠더라고."

 

단골 문방구 사장님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흰머리가 참 멋있는데, (저는) 노상 손님들을 접해야 하니

할 수 없이 염색을 해야 해요." 

그곳은 아주 큰 문방구이고 손님들은 대개 필요한 뭔가를

사러 오는데, 사장님의 머리 색깔이 왜 문제가 될까...

의아했습니다.  

 

한국 사회는 '젊음 강박 혹은 추구' 사회입니다.

여든이 넘어서도 흰머리를 검게 물들입니다.

 

귀찮고 슬픈 일은, 인위적 젊음이 지속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염색은 지워져 다시 해야 하고 지운 주름살은 부활합니다.

보톡스나 필러를 맞은 곳은 맞지 않은 곳보다 심하게 처져

자연히 늙은 얼굴보다 부자연스럽습니다.

 

엊그제도 얼굴을 '젊게' 만든 교수를 보았습니다.

주름은 지워졌지만 얼굴은 무서워졌습니다.

저 '젊어 보이는' 교수를 존경하고

그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학생들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대학 캠퍼스엔 흰머리 교수들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지성과 사랑으로 젊은 학생들을 이끌고 품어 주느라 바빠

오히려 주름이 느는 교수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젊은이의 무기가 젊음인 것처럼 늙은이의 무기는 늙음인데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힘겹게 갖게 된 늙음, 저는 마지막까지 이 무기와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