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105: 노인과 원로 (2022년 2월 4일)

divicom 2022. 2. 4. 12:13

오늘은 올해의 첫 절기인 입춘(立春),

봄이 들어서는 날이지만 기온은 한낮에도 영하를 맴돌 거라 합니다.

이름은 대개 명칭일 뿐 이름이 현실과 일치하는 건 오히려 드문 일입니다.

 

아침 신문에서 한 '원로'의 책 광고를 보았습니다.

워낙 오래 사신 분이라 제 생애 전체가 그분 생애의 일부에 해당되고

제 친구들 중엔 그분의 제자들도 있습니다.

 

그분은 수십 년 동안 같은 말씀을 되풀이하며 사시는데

이번에 나온 책에도 그런 말씀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자가 원로인데다 책을 출간한 출판사가 유명한 출판사이니

잘 팔리겠지요. 그런데 그 소식을 접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건 왜 그럴까요?

 

연세가 많은 분이면 으레 '원로'라 부르는 게 우리 사회의 풍토이지만

노인이라고 다 '원로'는 아닐 겁니다. '원로(元老)'의 사전적 의미는

'한 가지 일에 오래 종사하여 경험과 공로가 많은 사람'인데,

한 가지 일을 오래하면 경험은 쌓이겠지만

경험이 많다고 공로도 많은 것은 아닙니다.

 

'원로'보다 한 수 높은 호칭은 '기로(耆老)'인데 '기로'는 '연로하고

덕이 높은 사람'을 뜻합니다.

 

한 가지 일에 오래 종사하여 경험과 공로가 많고 덕이 높은 사람들이

거의 떠나고 난 후, 그들만 못한 사람들이 단지 오래 산다는 이유로

원로나 기로 대접을 받는 일이 흔합니다. 그런 원로나 기로가

나이를 기반으로 뭔가를 도모하면 후학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겠지요.

 

기로가 못 되는 건 당연하지만 저 원로 같은 사람이 되는 일도 피해야겠습니다.

그냥 아무렇지 않은 노인, 남의 눈에 띄지 않지만 떳떳한 노인,

사람이라는 이름과 일치하는 삶을 살다 가는 노인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