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제자, 가까운 젊은이들이 결혼해
아기를 낳고 엄마가 되는 과정을 볼 때면
자랑스러우면서도 가슴이 아픕니다.
제가 걸었던 길... 그 길에서 그들이 필연적으로
겪게 될 경험들 때문이겠지요.
잘 모르는 사람의 출산 소식을 들어도
'아, 그 사람 고생했겠다, 앞으로도 힘들겠구나' 하며
마음이 쓰이지만, 어린 시절에 저와 만나 엄마가 되는
친구들을 보면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아는 만큼 아프다'로
바꿔도 될 만큼...
그럴 때 제 아픈 마음을 달래주며 아기의 탄생이 가져온
기쁨에 몰입하게 하는 건, 아기 엄마가 된
그 친구에 대한 믿음입니다.
'나 같은 사람도 엄마라는 정체를 지고 지금껏 살았는데
그는 나보다 더 총명하고 단단한 친구다,
그러니 엄마라는 경험을 통해 나보다 더 성숙하고
더 빛나는 성취를 이룰 거다'라는 믿음이지요.
중학생 때 제 이웃이 되고, 이젠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인
양주영 씨. 한국인 최초로 독일 밤베르크교향악단의 종신단원이 된
주영 씨가 멀리 독일에서 오스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엄마를 닮은 오스카의 얼굴을 사진으로 보니 즐거운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그도 엄마처럼 음악적 재능을 타고 났을까,
그도 엄마처럼 책을 좋아할까, 그는 이 세상의 무엇을 가장
좋아하게 될까, 그로 인해 주영씨의 음악은 어떻게 변화할까,
그는 주영씨의 인격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음울한 시절, 큰 기쁨으로 온 오스카를 환영하며,
그와 가족들의 앞날을 축원합니다!
다시 한 번 할머니가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 저 자신도 축하합니다.
아직 만나지 못한 손자손녀들을 언젠가 만나게 되기를,
그때 그들이 저를 보고 '늙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하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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