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85: 까치집처럼 살려 했는데 (2021년 7월 30일)

divicom 2021. 7. 30. 08:14

까치집처럼 살려 했는데

더위도 추위도 담아두지 않고

비와 바람도 다만 흐르게 하는

까치집처럼 살려 했는데

주름 늘어가는 몸집에

더위가 들어앉아 주인 노릇을 하니

사지는 절인 배추꼴이 되고

정신은 젖은 손수건처럼

제 할 일을 못하여

에고 칠월은 낭비로구나

한 뼘도 자라지 못하고

한 낱도 영글지 못했구나

탄식 중에 화분 사이를 거닐다

깜짝! 오월 초에 피었던 재스민

활짝 핀 보라 여섯 송이

음전한 봉오리 하나

처음 겪는 더위는 마찬가진데

내겐 낭비인 칠월이

재스민에겐 부활이로구나

나의 각성은 늘 부끄러움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