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집처럼 살려 했는데
더위도 추위도 담아두지 않고
비와 바람도 다만 흐르게 하는
까치집처럼 살려 했는데
주름 늘어가는 몸집에
더위가 들어앉아 주인 노릇을 하니
사지는 절인 배추꼴이 되고
정신은 젖은 손수건처럼
제 할 일을 못하여
에고 칠월은 낭비로구나
한 뼘도 자라지 못하고
한 낱도 영글지 못했구나
탄식 중에 화분 사이를 거닐다
깜짝! 오월 초에 피었던 재스민
활짝 핀 보라 여섯 송이
음전한 봉오리 하나
처음 겪는 더위는 마찬가진데
내겐 낭비인 칠월이
재스민에겐 부활이로구나
나의 각성은 늘 부끄러움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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