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83: 가난을 기록하는 일 (2021년 7월 10일)

divicom 2021. 7. 10. 12:03

'적당한 가난이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고 생각하는 저는

블로그나 책에 저의 '가난'을 기록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의 '가난'은 집을 소유한 자의 가난이니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정말 가난한 사람들의 가난과는

비교할 수 없는 배부른 자의 고민입니다.

 

저의 가난은 공과금이나 관리비를 낼 돈이 통장에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축의금이나 조의금을 낼 때

내고 싶은 만큼에서 조금 덜어내야만 하는 가난입니다.

 

가난 때문에 맛있지만 비싼 커피를 절제한 적도 많았지만

그런 얘기를 이 블로그에 쓴 후로는 마음껏 마시고 있습니다.

수양딸이 그 커피를 파는 카페에 거금을 선결제해주는 덕택입니다.

힘들게 번 돈으로 커피를 사주는 수양딸에게 늘 미안과 감사를 느끼며

가난을 기록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며칠 전에 이 블로그에 새로 생긴 마트에서 싸게 파는 쌀을

산 얘기를 썼는데, 그것도 저의 가난을 기록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니고,

수많은 노인들이 싸게 파는 물건들을 사기 위해 애쓰는 걸 보며

같은 노인으로서 느낀 점을 적은 것입니다.

 

그런데도 적어도 한 분, 무안의 최병상 선생님은 그 글에서

제 가난을 읽으셨나 봅니다. 이미 10킬로그램의 쌀을 산 제게

우렁이들이 키운 맛좋은 쌀 20킬로그램과 귀하디 귀한 꿀까지

보내주셨으니까요. 저의 '팬'을 자처하시며 부담없이 먹고

건강해지라는 말씀을 들으니 '적당한 가난'이 새삼 감사하고도

부끄럽습니다. 

 

어쩌면 가난을 기록하는 일은 사랑과 우정을 부르고

확인하는 일일지 모릅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가난을 기록할 때

더더욱 주의를 기울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