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두어 쪽 쓰고 두었던 작은 노트를 발견했습니다.
하얗던 종이가 가장자리부터 노르께합니다.
시간의 빛깔은 노리끼리한 걸까요?
제 머리에서 여러 십 년 자란 머리칼들은
소금과 후추를 섞은 빛깔입니다.
시간은 이런 식의 회색일까요?
하늘을 이고 선 은행나무의 잎들은
초록록합니다.
시간은 초록빛일까요?
시간은 이런 빛이다,
무엇은 무엇이다, 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긴 시간을 살아야 할까요
얼마나 많은 것을 보아야 할까요?
그렇게 오래 살고 나면
그렇게 많은 것을 보고 나면
마침내
시간은 이런 빛이다,
무엇은 무엇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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