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53: 오래된 노트의 질문 (2020년 9월 22일)

divicom 2020. 9. 22. 15:23

오래 전 두어 쪽 쓰고 두었던 작은 노트를 발견했습니다.

하얗던 종이가 가장자리부터 노르께합니다.

시간의 빛깔은 노리끼리한 걸까요?

 

제 머리에서 여러 십 년 자란 머리칼들은

소금과 후추를 섞은 빛깔입니다.

시간은 이런 식의 회색일까요?

 

하늘을 이고 선 은행나무의 잎들은

초록록합니다.

시간은 초록빛일까요?

 

시간은 이런 빛이다,

무엇은 무엇이다, 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긴 시간을 살아야 할까요

얼마나 많은 것을 보아야 할까요?

 

그렇게 오래 살고 나면

그렇게 많은 것을 보고 나면

 

마침내

 

시간은 이런 빛이다,

무엇은 무엇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