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49: 어젯밤 달 놀이 (2020년 9월 1일)

divicom 2020. 9. 1. 10:46

간밤엔 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온 9월 냄새에 눈을 뜨니,

어머나... 동숙생의 얼굴에 달이 앉아 있었습니다.

 

잠시 일어나 서성이다가 잠자리로 돌아가니

저 누울 자리에 달이 먼저 누워 있었습니다.

호오... 어쩐다... 잠시 고민하다 ‘달이 알아서

하겠지’ 하고 누웠습니다. 달은 천연덕스럽게

제 다리 위에 앉았습니다.

 

달이 궁금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감았던 눈을 다시 뜨니 이번엔 제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었습니다. 괜히 눈물이 났습니다.

 

달보다 가볍고 부드러운 손은 만난 적이 없습니다.

달만큼 환하되 눈부시지 않은 빛도 본 적이 없습니다.

달처럼 짓궂되 깊은 위로를 주는 친구도 없었습니다.

 

오래 전 어머니는 어린 저에게 ‘태양 같은 사람이 되어

주변을 비추라‘ 하셨지만, 늙은 저는 태양보다

달이 되고 싶습니다.

 

꼭 어제 만난 달, 음력 7월 13일의 달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