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엔 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온 9월 냄새에 눈을 뜨니,
어머나... 동숙생의 얼굴에 달이 앉아 있었습니다.
잠시 일어나 서성이다가 잠자리로 돌아가니
저 누울 자리에 달이 먼저 누워 있었습니다.
호오... 어쩐다... 잠시 고민하다 ‘달이 알아서
하겠지’ 하고 누웠습니다. 달은 천연덕스럽게
제 다리 위에 앉았습니다.
달이 궁금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감았던 눈을 다시 뜨니 이번엔 제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었습니다. 괜히 눈물이 났습니다.
달보다 가볍고 부드러운 손은 만난 적이 없습니다.
달만큼 환하되 눈부시지 않은 빛도 본 적이 없습니다.
달처럼 짓궂되 깊은 위로를 주는 친구도 없었습니다.
오래 전 어머니는 어린 저에게 ‘태양 같은 사람이 되어
주변을 비추라‘ 하셨지만, 늙은 저는 태양보다
달이 되고 싶습니다.
꼭 어제 만난 달, 음력 7월 13일의 달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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